'성숙한 매너+인성'..경기도 안 뛰었는데 '동료들 마음' 사로잡은 외국인 선수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순천(전남) 유진형 기자] 대회 규정상 경기를 뛰지는 못했지만 코트 밖에서 열정적인 응원으로 동료들을 응원했다. 경기 후에는 코트에 앉아 지친 모습으로 탈락을 아쉬워하는 동료들에게 가다가 한 명 한 명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로 올 시즌 IBK기업은행에 새롭게 합류한 새 외국인 선수인 아나스타샤 구르바노바(33.아제르바이잔) 이야기다.
IBK기업은행은 전라남도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진행된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흥국생명과 GS칼텍스에게 연달아 패하며 무기력하게 대회를 마쳤다.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IBK기업은행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2패를 당하며 대회 첫 탈락의 굴욕을 맛봤다.
김호철 감독 이끄는 IBK기업은행은 세터 김하경과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가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대표팀에 합류해 이번 대회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김희진, 김수지, 김주향, 최정민 등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다. 하지만 김하경 세터의 부재가 생각보다 컸다.
지난 시즌 김호철 감독이 취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세터의 능력이었다.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리며 이탈리아 리그에도 진출했던 명 세터 출신 김호철 감독은 반 시즌만에 백업 세터 김하경을 국가대표 세터로 바꿔놓은 감독이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세터의 손끝에서 경기 흐름이 좌우된다. 하지만 세터가 토스를 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리시브로 공을 세터 머리 위로 올려놓아야한다. 하지만 리시브가 불안 하다 보니 이솔아 세터의 토스가 불안했고 공격에서는 활로를 찾지 못했다.
경기 후 김호철 감독도 상기된 얼굴로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기대 이하의 경기력이었다"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김하경이 빠진 게 크다. 볼 분배가 전혀 안 됐다. 그렇다 보니 우리 공격수들이 힘들어했다"라며 주전 세터 김하경의 공백을 아쉬워했다.
V리그 최고 인기팀인 IBK기업은행은 순천까지 찾아와 응원해 준 팬들에게 미안함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런 선수들을 위로한건 새로운 외국인 선수 아나스타샤였다.
1989년생 아나스타샤는 190cm의 키로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모두 소화가 가능한 선수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4순위로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아포짓 김희진과 함께 쌍포를 이룰 팀의 핵심 멤버이다. 프랑스, 튀니지, 튀르키예,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해외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그녀는 한국배구 문화에 빠르게 적응했고 이미 팀에 녹아들었다.
규정상 경기를 뛰지는 못했지만 모든 일정을 팀과 함께 했고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했다. 그리고 패배의 아픔을 달래주는 성숙한 모습까지 보였다. 동료들은 코트로 들어와 모든 선수들을 위로하는 이나스타샤의 모습에 약간의 당혹감과 고마움이 표정에서 드러났다.
한편 오래전부터 한국행을 꿈꿨던 아나스타샤는 "꿈을 이뤄 행복하다. 이 기회를 잡아서 다음 레벨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경기를 뛰지 못하지만 경기장을 찾아 동료들을 응원하고 패배의 아픔을 달래준 IBK기업은행 이나스타샤. 사진 = 순천(전남)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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