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방역'한다더니.. '코로나 100일 로드맵' 절반도 안 지켰다

류호 2022. 8. 1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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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병·의원 치료 체계 구축은 잘했지만
항체양성률·빅데이터 등 주요 과제는 지연
전문가들 "이전 정부와 달라진 게 뭔가"
백경란 "근거 중심 방역 정책 차질 없이 진행"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17일)을 맞아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의 이행 정도를 점검해 보니 설정 과제의 절반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일 로드맵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과학방역'을 하겠다며 내놓은 감염병 대응 시스템 개편 계획표다. 대표 과제로 꼽은 '대규모 항체양성률 조사'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취약시설 환기설비 개선'은 몇 달째 지연되거나 아직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건 동네 병·의원 치료 체계를 갖춘 것 정도다.

16일 한국일보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99일간 이뤄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앙방역대책본부 발표 내용을 점검한 결과 '100일 로드맵'의 실천과제 34개 중 30% 정도만 이행하거나 관련 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군 시설 환기설비 개선은 '깜깜'

지난 4월 27일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보건의료분과 종합대책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를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지난 4월 27일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인수위 코로나19특별위원회는 정부 출범 100일 안에 과학방역을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핵심 추진과제 16개 중 이행한 것은 6개 정도에 불과한데,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보면 이행한 것은 1, 2개 수준으로, 이전 정부의 방역 정책과 다른 게 뭔지 잘 모르겠다"고 혹평했다.

전문가들의 평가처럼 100일 로드맵은 시작부터 삐그덕거렸다. 백신 접종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겠다며 내세운 '국민 1만 명 대규모 항체양성률 조사'는 5월 중 착수해 정부 출범 30일 안에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9월 발표'로 미뤄졌다.

100일 안에 성과를 내겠다던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고위험 다중이용시설 환기설비 기준 마련 역시 연기됐다. 흩어진 정보를 코로나19 연구·분석에 활용하기 쉽도록 올해 연말까지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고, 한국과학기술원(KIST)은 이달 4일에야 센터 구축 사업 착수보고회를 열어 겨우 첫 삽을 떴다.

일률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대신 고위험시설에 대한 환기설비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개선된 부분은 없다. 현재 요양병원·시설의 환기설비 지원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종합병원의 호흡기내과 교수는 "항체 양성률 조사나 취약시설 환기설비 개선은 재유행 시작 전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환자 이송·병상 배정은 여전히 삐그덕

50대 사전 예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4차 접종이 시작된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을 찾은 시민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일반의료 중심의 치료체계 전환 △응급·특수환자 치료체계 강화 △고위험군 패스트트랙 가동 △먹는 치료제 추가 확보 등은 잘 이행된 과제로 평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과 괴리가 있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원스톱·대면진료기관이 실제 목록과 일치하지 않고,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여전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스톱진료기관 1만 개 등 무리한 숫자 채우기식 행정은 아니었는지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백신 이상반응 국가책임 강화' 역시 아쉬운 점으로 지목됐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인과성이 인정된 부분과 사망자에 대한 보상은 늘렸지만, 많은 국민이 요구한 폭넓은 백신 피해 부작용 인정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응급·특수환자 치료체계 강화를 위해 분만·투석·소아 등 특수환자 긴급 병상 300개 확충 목표(8일 기준 약 3,000개)를 달성한 건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응급환자 이송과 빠른 병상 배정 등 코로나19의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벌써 응급환자가 대기표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병상 배정·이송이 깔끔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의료전달체계를 갖추겠다고 했지만, 사람에 의존하는 시스템이라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롱코비드 등 중장기 계획 진전 없는 점 아쉽다"

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이송 후 응급침대를 소독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롱코비드(후유증) 지원 체계 구축 △공공정책수가 지원 방안 마련 △감염병 등급 체계 조정 △보건소 기능 강화 △감염병 전문인력 양성 등 중장기적 계획의 진전이 없는 점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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