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정수장 27곳서 벌레 발견
환경부, 전국 485곳 실태 점검
먹는 물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과·약품 처리 등이 끝난 정수(淨水)에서 벌레가 발견됐다. 그동안 “수돗물의 ‘원료’인 원수나 정수 처리 과정에선 벌레가 들어갈 수 있지만, 전부 걸러지기 때문에 수돗물은 안전하다”던 환경부 주장과 배치되는 결과다.
환경부는 최근 경남 창원시, 경기 수원시 수돗물에서 잇따라 깔따구 유충(幼蟲)이 발견돼 전국 정수장 485곳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을 벌인 결과 27곳에서 벌레가 나왔다고 16일 밝혔다. 강원 영월군 쌍용정수장은 정수 처리가 끝난 물이 모이는 ‘정수지’에서 유충 1마리가 발견됐다. 원수(11곳), 침전지·여과지·활성탄지 등 정수 처리 과정(15곳)에서 벌레가 나온 곳도 있었다.
통상 물이 깨끗해지기 전 상태인 원수(原水)나 처리 시설이 실내가 아닌 야외에 노출된 정수장의 경우 정수 처리 과정까지 벌레가 들어갈 순 있다. 하지만 정화된 물이 가정으로 공급되기 전 모이는 ‘정수지’나 ‘수돗물’에선 벌레가 나와선 안 된다.
환경부는 영월 쌍용정수장 정수지, 수돗물에서 벌레가 나온 창원 석동정수장·수원 광교정수장 모두 ‘정수장 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세 정수장 모두 벌레 유입을 막는 방충망이 촘촘하지 못했고, 일부는 파손돼 있었다. 창원·수원 정수장에선 유충을 죽이는 ‘오존 발생기’가 고장과 노후화로 아예 작동하지 않거나 정수에 필요한 양보다 적은 양의 약품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쌍용정수장은 물 유입부에 미세 차단망을 설치하는 긴급 조치를 취했고, 석교·광교정수장은 관할 지자체가 조처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유충을 ‘수질 감시 항목’으로 지정해 매일 감시하겠다”고도 했다. 수질 감시 항목이란 공식 수질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먹는 물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함유 실태 조사 등이 필요한 물질을 일컫는다. 환경부는 “세계적으로 유충을 먹는 물 수질 감시 항목이나 수질 기준에 포함한 나라는 아직 없다”고 했다.
재작년엔 인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당시에도 환경부는 역학조사 결과 ‘정수장 관리 부실’을 원인으로 꼽고, 수도법령에 ‘수도 사업자는 소형 생물 유입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마련·시행했다. 환경부가 이번에 제시한 ‘수질 감시 항목 편입’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어서 일각에선 “후속 대처를 재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20년 이상 노후화된 정수장이 많다”면서 “정수장 내에서 유충이 발생해도 가정까지 유출되지 않도록 차단 장치를 도입하는 등 위생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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