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수저 신병'·장성 출신 유튜버.. 군대 이야기 쏟아진다

윤상진 기자 2022. 8. 1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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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군 콘텐츠 전성시대
군단장 아들 신병 생활 다룬 '신병'
군인들 축구경기 '군대스리가' 등
軍 소재 드라마·예능·웹툰 봇물
"특이하고 이질적인 집단 군대, 개인화된 젊은 세대 자극"
군 내부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 스틸컷. 오른쪽 인물 그림은 애니메이션 ‘신병’에 등장하는 악역 성윤모(아래)와 군단장 아버지를 둔 ‘군수저’ 박민석 캐릭터. /넷플릭스·장삐쭈스튜디오

내 군 생활은 비극일지 몰라도, 남의 군 생활은 희극이 될 수 있다. MBC 예능 ‘진짜 사나이’와 tvN ‘푸른 거탑’ 등의 흥행으로 잠시 동안 주목받았던 밀리터리 콘텐츠가 최근엔 콘텐츠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예능, 영화, 드라마를 막론하고 군대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

대표적인 작품이 지난 7월 방영을 시작한 KT스튜디오지니 웹드라마 ‘신병’이다. 생활관에 들어온 신병에게 호된 신고식을 시키려다가 뒤늦게 알게 된 사실. 그 신병의 아버지가 육군 2성 장군이자 사단장(원작에선 군단장)이라는 것이었다. ‘군수저’ 신병 박민석이 속한 생활관 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이 드라마는 크리에이터 ‘장삐쭈’의 2019년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현재 세 번째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원작 애니메이션은 ‘시즌 1 몰아보기’ 영상 조회 수가 16일 기준 1600만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다. “신병을 보고 잊었던 군번이 생각났다” “더 좋은 작품을 위해 제작자를 재입대시켜라” 등의 반응이 나오며 유튜브에선 이미 ‘명작’ 반열에 오른 상태. 제작자의 재입대 대신 실사 드라마로 돌아온 ‘신병’은 군 콘텐츠 인기를 이끄는 선봉장이 됐다.

'장삐쭈 스튜디오' 원작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만든 군대 드라마 '신병'의 주인공 박민석의 모습. /KT스튜디오지니

밀리터리 콘텐츠 유행의 불씨는 2020년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에서 공개한 ‘가짜 사나이’ 시리즈다. 가짜 사나이는 특수부대 출신 교관들이 일반인(유튜버·스트리머) 참가자들에게 실제 특수부대와 비슷한 고강도 훈련을 실시하며 정신적·육체적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지만, 그럼에도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절절한 사연이 부각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7월 첫 에피소드 공개 이후 한 달 동안 누적 조회수 4000만회에 육박하며 한때 특수부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 배경에서 나온 것이 특전사, 해병대 수색대 등 각 특수부대가 서로의 명예를 걸고 전투 수행 능력을 겨루는 채널A 예능 ‘강철부대’다. 2021년 첫 번째 시즌을 시작한 강철부대는 당초 16부작으로 계획됐으나, 최고 시청률 6.8%를 기록하는 등 인기에 힘입어 3부를 추가 편성하기도 했다.

군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콘텐츠 시장에 상륙한 건 ‘가짜 사나이’ 이후다.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부터 군대 내 부조리를 고발하는 이야기 등, 군대라는 소재는 같아도 갈래는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군부대 잔혹상을 그려 국방부까지 난처하게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 원작 웹툰 ‘D.P. 개의 날’을 바탕으로 제작돼 작년 8월 공개된 작품으로 탈영병을 추적하는 군무 이탈 체포조 헌병(군사경찰)의 임무 수행 과정을 다뤘다. 한국은 물론 태국과 베트남 넷플릭스에서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사실적이고 잔혹한 군 내 폭행 묘사로 “미필인데 트라우마가 올 것 같다”며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생겨날 정도였지만, 잘못된 군대 문화를 가감 없이 보여준 것에 시원함을 느꼈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 스틸컷. /CJ ENM

D.P.는 군대 이야기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이후 작년 9월엔 탈영병을 찾아 DMZ 수색 작전을 펼치는 영화 ‘수색자’가 개봉했고, 올 초엔 군대 내 부조리를 해결해가는 군 검사들을 그린 tvN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이 최고 시청률 10.1%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회 통념상 금기어로 여겨지는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가 예능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들과 군인들의 축구대결을 그린 tvN 예능 ‘군대스리가’가 바로 그것.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들과 군인들의 축구 대결을 그린 예능 '군대스리가'. /CJ ENM

군대 내부에서도 사회의 관심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육·해·공 3군 본부가 나서 직접 군을 홍보하는 웹 드라마를 만들기도 한다. 육군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육군의 각 보직을 소개한 웹 드라마 ‘백발백중’은 인기 영상의 경우 조회 수 300만회를 가뿐히 넘으며 다섯 번의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누적 수천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육군에선 최근 후속작 ‘으랏차차 아미타이거’가 공개됐고, 재작년 해군에선 함상 생활을 그린 웹 드라마 ‘파도가 부른다’를 만들어 홍보에 나섰다. 간부 출신 크리에이터들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 작년엔 ‘사단장 출신 유튜버’도 등장했다. 유튜브 채널 ‘고성균의 장군!멍군!(구독자 5만8000명)’에선 전직 사단장이 “사단장은 정말 산도 옮길 수 있나요?” “사단장이 본 D.P.” 등 군 관련 에피소드를 담은 영상 136개가 올라와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사회가 점점 더 개인화됨에 따라 젊은 세대에겐 군대라는 집단이 특이하고 이질적인 곳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군이 현대화되기 이전 부조리한 모습들을 보며 자극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점이 군대 콘텐츠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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