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유
중국어로 어디론가 간다는 표현을 할 땐 보통 ‘갈 거(去)’ 자를 쓰는데, 집으로 간다는 문장을 쓸 땐 ‘돌아올 회(回)’를 쓴다. 회사를 다녀오든, 수퍼를 다녀오든, 여행을 다녀오든 집이란 결국 돌아가는 곳이란 뜻이다. 언젠가 일기를 쓰며 ‘제주에 가면 난 무엇을 해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라고 끄적이다 ‘제주에 돌아가면’으로 고쳐 썼다. 이것은 요 몇 년간 나의 화두다.
제주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어릴 적 육지로 나가고 싶어 했다. 더 큰 세상으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욕망은 섬 태생의 숙명이거니 생각했다. 부모님과 사촌들이 귤밭에서 일하거나 제주에 직장을 얻어 제주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효도라고 말할 때마다 울면서 뛰쳐나갔다. 이루고픈 꿈이 있어 육지로의 상경을 갈망한 건 아니었다. 그저 섬에서 나가는 행위 그 자체를 원했을 뿐이다.
그렇게 바라던 육지로 올라온 지 15년이 지났다. 한데 이제 와 ‘도시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돌아갈 궁리를 하고 있다. 뭍에 살면서 수시로 바다를 찾아 서핑을 하게 된 것은 섬 사람 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집안 어른들은 이제 내가 서울서 회사를 아주 오래오래 다니기를 바라신다. 또 나와 어른들의 의견은 어긋났다.
소설이나 영화의 스토리텔링 구조를 보면 주인공은 대부분 본인이 속했던 곳과 다른 곳으로 떠나며 사건을 겪는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을 때 과거와 달라진 존재가 되어 처음 자신이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간다. 이 구조를 공부하며 하나의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왜 다시 돌아가야만 했을까. 많은 고민의 시간을 지나 내가 내린 결론은 ‘다시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또 다른 사건을 맞이할 수 있을테니.
이것은 고향 섬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내 나름대로 붙인 정당한 이유다. 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냐 누가 물어오면, “스토리텔링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답할 요량이다. 그리고 하나 더, 돌아가더라도 언젠가 어디론가 다시 떠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겨두기 위해서다. 인생은 길고, 즐거운 사건은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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