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中企 R&D지원 '수요발생형'으로 전환해야
노후기자재 교체 법제화, 매출 유발형 연구개발을
부산지역 제조업체들은 3년째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난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잿값 상승이라는 악재와 원화 가치 하락,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지역 제조업체들의 수익성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불황 속에서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부산시 기계공업협동조합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공정 개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품질 향상, 제품 신뢰성 제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세계적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산업환경 변화를 반영해 새로운 뿌리산업 지원체계를 정비하고, 노동집약적 저부가형 산업구조에서 탈피, 미래형으로 구조 전환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은 ‘뿌리산업 통합 체계구축 및 기술고도화 사업’을 통해 지난 3년간 매출 128억 원 증대와 고용 창출 76명의 성과를 거뒀다. 조합 지원을 받은 한 기업은 가스터빈 발전 체결용 내열소재 부품 개발을 위한 볼트 너트의 헤드 형상 구현을 시도했다. 열간단조 기술개발과 기계적 물성 구현을 위한 열처리 조건 확립을 통해 수출액이 100만 달러 증대하고 일자리도 늘렸다. 여기에 청정공기산업 활성화 기반 구축을 수행 중인 지역 중소제조업체도 있다. 미세먼지주의보 발령이 늘어나고 공기 감염 질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시장도 확대되자 이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사업이다. 청정공기 관련 기술 신뢰성 확보를 위해 2019년부터 ‘청정공기산업 특화를 통한 기업육성 및 신성장 창출 기반구축’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조합은 스마트 공장을 운영하기 위한 인재 육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해 부산지역 6개 대학과 스마트공장 전문가 인력양성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신규 인력양성 480명, 재직자 업무 향상 480명, 60개 업체에 대한 현장기술 지도를 완료했다. 지난해 4월 중소기업자 지위 인정(중소기업법 제2조 제1항 제5호 신설)을 통해 지난달 20일 부산시 기계공업협동조합 부설 연구소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지역 중소기업의 열악한 연구환경과 연구개발(R&D) 역량 부족을 극복하고자 한다. 조합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을 높이는데 효율적이라고 생각된다.
조합은 부산시의 중점과제사업에 맞춰 어려운 지역경제를 회복하는데 밀알이 되기 위해 각종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부산 뿌리기업 스마트 공동물류 생태계 조성을 위해 85억 원(국비 50억 원·시비 8억 원·민자 27억 원) 규모로 부산 뿌리기업 스마트 물류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수입 원자재와 표준품에 대해 공동 유통망을 구축해 물류비를 절감하고 원자재 공동 구매·비축으로 수입 원자재에 대한 가격 리스크도 최소화해 나갈 예정이다. 부산 최초 산업단지인 신평·장림산단의 대기질 모니터링을 위한 산업단지환경개선 인프라 구축사업을 부산테크노파크, KCL과 함께 187억 원(국비 97억 원·시비 65억 원·기타 25억 원)을 들여 추진한다. 노후 산단 내 사물인터넷(Iot)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분석, 현장 실증 등을 통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 지원에도 나선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다양한 기업이 만나 의견을 주고받는 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합은 기업의 자유로운 의견을 청취해 이를 정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에 구체적인 사업으로 건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자유로운 협업과 동반 성장을 위해서다.
필자는 국가 연구개발 예산의 비효율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70% 이상을 출연연, 대학 등의 공공 연구기관에서 집행하고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지원은 20% 수준이다. 이마저도 하향식 지원으로 국가 연구개발 예산과 산업계 수요간 괴리가 발생한다. 이에 기계설비 내구연한(내용연수) 법제화를 통해 수요발생형 연구개발 사업을 제안한다. 품목별로는 고시돼 있으나 비강제적인 권고 사안으로 인식되는 내구연한 준수로 최신 기술이 적용되는 형태로 수요를 발생시켜 효율·성능이 저하된 노후기자재를 교체하는 동시에 개발에서 매출로 바로 이어지는 수요 발생형 연구개발 형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은 연구개발 성공을 통해 사업화로 이뤄지기까지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이 예산을 통해 최신 설비로 교체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앞으로도 조합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매진, 인재가 기계뿌리산업으로 몰려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회원사 권익과 미래지향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위해 변화를 거듭하는 한편 전 조합원이 합심 단결해 현재 처해 있는 어려운 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해 60년 역사의 중소기업협동조합 미래를 개척하고자 한다.
정용환 부산시 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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