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강국으로 가는 길 <4> 어업경영 악화시키는 규제 줄여야

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2022. 8.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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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특성 다른데 서양규제 일률적 모방..어획능률 떨어져

- 고등어 등 단일 개체군 자원평가
- 한·중·일·러 자국별로 따로 관리
- 협력 없는 어획규제로 효과 미미

- 단일어종 소비하는 서양과 달리
- 생태친화적 다어종 어업인 우리
- 혼획금지 등 탁상행정 정책 많아
- 수산자원 증대에 악영향만 끼쳐

지금까지 연재를 통해 우리 바다에서 수산자원량이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일정한 것이며, 개별 어종 어획고 변동은 대부분 기후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일부 국내외 수산학자들이 북서태평양 각 해역에서 특정 어종이 남획 또는 남획에 준하는 수준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북서태평양 전체에 걸쳐서 회유하는 어종을 대상으로 자기 나라 극히 일부 해역을 대상으로 수산자원을 평가한 것이어서 눈 감고 코끼리 만지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어민이 겨울철에 잡은 대구를 두 손으로 들어 보이고 있다. 국제신문 DB


■눈감고 코끼리 만지기 수산자원 평가

가령 고등어는 한·중·일·러 영해는 물론 대만 앞바다까지 회유하는 거대한 단일 개체군이지만, 한·중·일 모두 자국 영해에서 해역별로 나눠 자원을 평가해오고 있다. 국내 일부 연구자가 동해와 서해 고등어를 따로 구별해 자원평가를 하지만, 실은 같은 개체군이다. 따라서 20개국이 넘는 인접 국가끼리 공동으로 수산자원을 관리하는 유럽과는 달리 국제수산기구가 없는 동아시아에서는 적어도 한·중·일·러가 협력하지 않는다면 전체 고등어 개체군이 남획이 되고 있는지는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뿐더러 TAC(총허용어획량) 같은 개별 국가별 어업규제는 별 효과가 없는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

■투입과 산출 규제

그럼에도 만약 특정 어종 자원량이 지나친 어획으로 장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가 너무 명백해 수산자원 관리가 필요하다면 그 수단은 크게 투입(input)과 산출(output) 규제로 나눌 수 있다. 투입 규제는 그물로 잡기 이전에 어획노력량을, 산출 규제는 그물에 잡힌 뒤 어획량 등을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기후변화로 적정 어획량을 예측하기 힘든 경우에는 TAC와 같은 산출보다 망목 크기나 금어기, 보호구역과 같은 투입 규제가 효과적이며 관리 인력이나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지금 해양수산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어업 규제 대부분은 우리 어업 현실과 특성을 무시한 것이다. 우리나라 어업 특징은 바다에 나는 생물이라면 거의 모든 것을 잡고 먹는 다어종(多魚種) 어업이며, 전통적으로 큰 성어와 작은 미성어 모두 크기별로 골고루 소비하는 생태친화적인 수산업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단일 어종을 어획 대상으로 삼고, 큰 성어만을 선택적으로 잡아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 해양 생태계 균형과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오고 있다. 또 우리 바다는 뉴질랜드나 미국과는 달리 사방이 이웃 강대국에 둘러싸여 수산자원을 독자적으로 관리하기 힘들다. 이런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고 막연히 선진국에서 하니 좋은 것이라면서 일률적으로 모방하다 보니 어민을 힘들게 하고 어업 경영을 악화시키는 나쁜 규제가 되어버렸다.

■금어기

현행 수산법에는 산란기 동안 알밴 꽃게나 물고기를 특별히 보호해 못 잡게 하는 조항이 있는데, 일제 강점기부터 유래한 것이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국내 수산 전문가들도 알탕을 즐겨 먹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식습관 때문에 연근해 어족자원이 더 줄어든다고 말하곤 하지만, 생물학이나 인구학 원리에서 살펴보면 잘못된 선입견에 지나지 않는다. 알밴 꽃게 유통 금지도 마찬가지이다. 컴퓨터 생태계 수치모형으로 시뮬레이션만 해봐도 산란기를 금어기로 하나, 비산란기를 금어기로 하나 한 개체군이 낳는 알 수는 같다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산란기 여부가 아닌 다른 사회경제적인 요인을 고려해서 금어기를 정하는 것이 더 낫다.

물론 여기에 예외도 있는데 산란기에 특정 연령대 물고기가 대구처럼 진해만과 같은 얕은 연안에 몰려오게 된다면 산란기 어획 금지는 어획 강도를 낮추는 역할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해양수산부에서 금어기를 정한 대상 어종을 보면 우리 주조업 구역은 산란장도 아닌 경우가 많다. 고등어가 대표적이다.

■금지체장과 혼획 금지

금지체장은 정해진 길이보다 작은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해서 어린 개체를 보호하려는 규제이며, 어업인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종이나 작은 크기 수산생물이 잡히는 것을 부수어획(附隨漁獲) 또는 혼획(混獲)이라고 한다. 그물로 잡은 어획물은 배 위로 올려봐야 그 어종과 크기를 확인해볼 수 있는데, 마치 그물에 눈이라도 달린 양 특정 어종을 특정 크기보다 큰 개체만 골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두 가지 규제는 현실에서는 준수하기 어렵다. 편법으로라도 이미 잡혀 죽은 어린 물고기나 혼획물을 바다에 버리거나 아예 조업하지 말라는 말이다.

크기에 관계없이 골고루 보호하거나 어획해야지, 무조건 어린 물고기를 보호하자는 금지체장 관련 해양수산부 홍보 포스터는 생태학 원리에도 반하는 것이다. 작고 어린 물고기는 자연사망률이 높아서 상대적으로 어획사망률이 미치는 영향이 작지만, 오히려 큰 물고기는 자연사망률이 낮아서 어획이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 그래도 굳이 어린 물고기만 보호하려면 망목 크기로 규제해야지, 금지체장은 별 효과도 없다.

어민들은 조사원이 아닌데도 배 위에서 측정자를 들고 고기를 잡으라는 발상 자체가 괴이하다. 서양처럼 적은 수의 큰 물고기를 잡는다면 수긍할 여지도 있지만 한 번에 수십만 마리씩 잡히는 물고기를 하나하나 어종을 판별하고 또 자로 길이를 재어 금지체장 이하면 바다에 버리는 것은 탁상행정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서양과는 달리 한국인은 그물에 잡힌 것은 어종과 크기와 관계없이 모두 잘 먹고 있는데도, 굳이 대상 어종이 아니고 금지체장보다 작다고 멸치 중층쌍끌이(권현망)에 잡혀 죽은 청어나 밴댕이를 바다에 투기하는 행위야말로 대부분 선진국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수산자원 증대에 별 효과도 없으면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애써 잡은 물고기를 굳이 바다에 버리라고 해 어획 능률을 떨어뜨리는 관행적이고 불필요한 어업 규제를 없애야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어업 경영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 공동기획: 국제신문, 대형기선저인망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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