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우주 지도 그리는 국제 우주망원경 프로젝트, 한국 장비로 첫발
(지디넷코리아=한세희 과학전문기자)우리나라가 미국 항공우주청(NASA)과 협력해 만드는 첨단 우주망원경 설비가 3년 만에 완성됐다. 우주의 지도를 만들기 위한 국제 협력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영득)은 NASA의 스피어엑스(SPHEREx, Spectro-Photometer for the History of the Universe, Epoch of Reionization, and Ices Explorer) 우주망원경 성능 시험을 위한 장비 개발을 완료했다.
SPHEREx는 지상에선 관측할 수 없는 적외선을 볼 수 있는 우주망원경으로, 영상분광 기술로 넓은 영역의 우주를 102개 색으로 촬영해 우주의 3차원 공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 주관으로 천문연과 NASA 제트추진연구소 등 12개 기관이 참여한다.
■ 우주 환경 재현하는 첨단 시험설비
천문연은 SPHEREx 망원경의 성능을 지상에서 정밀하게 시험하기 위한 시험 장비 개발을 맡았다. 2019년 8월 개발을 시작하고 지난해 초 제작에 착수, 3년 만에 개발을 완료해 지난 6월 미국으로 옮겨 설치까지 마쳤다.
이 장비는 SPHEREx가 우주의 극저온 진공 상태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우주에서 적외선을 관측하려면 망원경이 우주 온도보다 더 낮은 온도로 냉각돼야 한다. 천문연은 SPHEREx 망원경이 우주에서 도달할 영하 220℃ 이하의 극저온 진공 상태를 구현하는 진공 챔버를 개발했다.
이 챔버에 SPHEREx 망원경을 넣어 사진 초점이 고르게 제대로 맞춰지는지 검증하고, 사진의 각 부분에서 어떤 파장 즉, 어떤 색깔이 보이는지 측정한다.
또 천문연은 망원경을 극저온 진공 챔버 안에 안전하게 집어넣는 정밀 로딩 장비도 개발했다. 극저온에서 파장과 초점을 측정할 적외선 빛을 평탄하게 만드는 장치 등 보조 광학 장비들도 설계 및 제작했다.
■ 3차원 우주 지도 만들어...우주의 기원, 생명체 있는 천체 탐색
SPHEREx는 '전천(全天) 적외선 영상분광 탐사를 위한 우주망원경을 말한다.
영상분광은 넓은 영역을 동시에 관측하는 '영상관측(Imaging)'과 개별 천체의 파장에 따른 밝기 변화를 측정하는 '분광관측(Spectroscopy)'이 통합된 기술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나 허블망원경이 개별 천체의 관측에 주력하는 반면, SPHEREx는 넓은 범위의 우주를 관측해 전체적 지도를 그리는 것이 목적이다. 전체 하늘에 대한 적외선 분광 탐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2025년 4월 발사돼 약 2년 6개월 동안 0.75-5.0μm 파장 범위에서 낮은 분광 분해능(λ/Δλ = 40–150)으로 전천 탐사를 수행할 계획이다. 약 20억 개 천체의 개별 분광 자료를 획득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러한 방대한 관측자료를 통해 우주의 3차원 공간 정보를 획득, 우주 형성의 비밀을 담은 적외선 우주배경복사의 실마리를 찾고, 생명체가 있을 수 있는 행성계 탐사 연구에 기여한다.
한국측 연구책임자인 천문연 정웅섭 박사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좁은' 지역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데 반해, SPHEREx는 '넓은' 지역의 기본적 물리적 특성을 제공하는 망원경"이라며 "추후 SPHEREx로 발견한 천체에 대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나 거대마젤란망원경 등을 활용한 후속 관측 및 연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 NASA 협력 통해 우주 기술 확보
천문연이 성능시험 장비 개발을 마무리함에 따라 SPHEREx 프로젝트 하드웨어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천문연의 시험 검증 장비 외 주요 하드웨어로는 NASA JPL이 개발 중인 우주 냉각을 위한 외곽 차폐막, 칼텍이 개발하는 적외선 검출기 등 관측 기기, 볼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드는 적외선 망원경 등이 있다.
천문연과 SPHEREx 연구팀은 내년 상반기 미국 칼텍에서 망원경 광학 성능을 검증하는 검교정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천문연은 극저온 진공 챔버를 활용해 망원경 우주환경 시험을 주도하고, 관측자료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및 핵심 과학연구 등에도 참여한다.
칼텍에서 SPHEREx 관측기기 개발을 총괄는 필 콘굿 박사는 "극저온 상태에서 우주망원경의 초점을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며, 천문연의 진공챔버가 SPHEREx 발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우리나라 우주 기술 확보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정웅섭 박사는 "이번 NASA와의 성공적 공동 개발을 통해 적외선 우주망원경 극저온 성능 시험 분야 우주 기술도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권현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한국이 이번에 개발한 장비는 SPHEREx 프로젝트의 주요 하드웨어 중 하나"라며 "우주 관측 분야를 선도할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세계 유수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세희 과학전문기자(hah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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