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빈살만의 이유 있는 냉대
빈살만은 싸늘하게 거절
그의 입장에서 봤을 때
美는 믿음 안 가는 우방
신뢰회복에 시간이 필요
그러나 MbS는 미국의 180도 변신을 냉대했다. 증산 가능성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결국 바이든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빈손 귀국'이란 비판에 시달렸다. 민주당 진보 소장파는 독재자와 타협했다며 펄쩍 뛰었다. 국익 수호의 결단을 사우디 구애로 헐뜯다니 바이든은 기가 찼다.
MbS는 억울했다. 언론인 카슈끄지의 죽음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며 여러 번 결백을 밝힌 터였다. 사우디 법원은 이미 정보국 일부의 일탈 행위로 결론 짓고 관련자 8명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미국은 과연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해온 최악의 언론 탄압국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미얀마 등에 이토록 집요하게 망신을 주었던가.
무엇보다 미국이 그토록 바라던 사우디의 개혁을 이뤄낸 이가 바로 2017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서열 1위 왕세자로 등극한 32세 MbS다. MbS는 시민의 일상에서 이슬람법 준수를 감독한다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5000여 종교경찰을 거리에서 사라지게 했다. 또 대중 공연과 영화 상영을 재개했고 여성의 운전과 축구장 입장, 공공장소에서 남녀 혼석을 허용했다. 태형을 금지했고 사형제 폐지 논의를 시작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세금을 걷었고 보조금 제도를 없앴다. 석유 의존에서 벗어날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산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해외 유학파가 다수인 유력 왕실 멤버와 달리 베두인 부족 출신 엄마를 둔 MbS는 국내에서 이슬람법을 전공했다. 이런 배경 덕분에 MbS는 개혁에 반발하는 강경 이슬람주의 와하비 세력을 대거 숙청하고 탈이슬람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와하비 세력은 건국 초기 사우디 왕정과 연합했으나 점차 급진화되더니 알카에다를 조직해 9·11 테러를 일으켰고 곧 친미 자국 왕정을 겨냥해 수도 한복판에서 대규모 테러를 일으켰다. MbS의 젊은 나이도 과감한 개혁 추진을 가능케 한 요소였다. 자신을 포함해 인구의 70%에 달하는 청년층은 보수 이슬람 체제에 지쳤다며 자신을 향한 비판은 청년의 미래를 막는 것이라고 공포했다. 지난 40여 년간 왕세제는 70대였고 가장 젊은 왕세자래 봐야 50대였다.
MbS가 예멘 내전에서 유엔이 인정한 정부군을 지원하는 동안 이란이 후원하는 후티 반군은 사우디 본토를 향해 1300회가 넘는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벌였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란 핵합의 복원 성사를 노렸는지 후티 반군을 테러조직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게 무슨 우방국이란 말인가. MbS는 미국이 지겹도록 강조한 탈중동 정책에 대비해 러시아, 중국과 밀착하고 외교 다변화를 꾀했다. 그러자 미국은 민주주의 편에 서라고 압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직후에는 미국이 다짜고짜 증산을 요청했다. 자유시장이 최고라면서 정치적 개입을 종용하다니 이 무슨 무례한 이중잣대인가.
바이든과 MbS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까. 그렇지 않다. 최악의 양국 관계가 개선의 계기를 갖게 된 것만으로 좋다. 오랜 우방인 두 나라는 서로가 필요하다. 불확실성의 시기인 지금 더 그렇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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