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대재해처벌 대응 전담조직이 핵심이다

2022. 8. 1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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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서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1조에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자, 공무원, 법인 등을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영문도 모른 채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까지 일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그럴 건 아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최고경영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사고가 없으면 처벌도 없다. 어떤 측면에서는 산안법에 비해 중처법이 느슨하게도 보인다. 사고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어나기도 하는 만큼 최고경영자가 무조건적으로 처벌받는 걸 피하는 길도 열어뒀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를 보좌해 사고를 예방하도록 하는 전담조직이다. 중처법 시행령 4조 2호에서는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조직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의 많은 기업이나 기관들이 전담조직을 만들 때 안전보건관리자 위주의 실무 인력을 주로 배치한다. 문제는 최고경영자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기획, 인사, 예산, 감사, 안전, 보건,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인력을 가려내 최고경영자 직속으로 조직을 짜야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해진다는 게 포인트다.

전담조직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고 개별 안전관련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중처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을 위해 최고경영자가 보고받고 지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장의 이행실태를 분석·평가하고 끊임없이 고도화하는 작업도 병행해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도록 해야 재해를 막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8월 현재 중처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해가 줄지 않았다. 중대재해가 터지면 본사와 현장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는데 이때 노동부와 검찰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서류 목록을 바로 제출하지 못하면 수사나 조사를 받을 때 낭패를 겪는다. 최근 한 사업장에서는 사고가 난 지 며칠 만에 본사와 공장을 압수수색해 그간 시행된 모든 문서를 컴퓨터 포렌식까지 거쳐 가져갔다고 한다. 중처법에서 요구하는 문서들이 있는지, 어떻게 시행되는지, 최고경영자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지금이야 시행 초기여서 문서 유무 확인에 그치지만 앞으로는 사고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위험요인 관리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사고 인과관계는 어떤지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이때 전담조직이 철저하게 준비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모든 최고경영자가 중한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얼마나 철저히 준비해왔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는 천양지차다. 전담조직은 안전보건경영시스템에 기반해 재해예방 인력, 예산 등을 짜고 현장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작동되도록 조언해 사고를 막아야 한다.

[강만구 안전보건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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