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걱정하던 세계 경제, 이젠 '경기 침체' 공포에 떤다

이윤주 기자 2022. 8. 1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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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꺾인 것을 '불황'신호로 해석
원자재값 하락, 수요 부진도 영향…미·중·유럽 경제지표, 경기 둔화 시사
중국, 봉쇄 해제에도 산업생산 증가율 하락…원·달러 환율 다시 상승세
전문가들 “연말 침체 시작”…한국 등 수출 의존도 높은 신흥국 타격 우려

전 세계 경제의 관심이 물가에서 경기 불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꺾인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이유가 경기 부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유가와 원자재가, 곡물가 하락의 원인을 글로벌 수요 부족에 대한 우려에서 찾고 있다. 또 미국·중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경기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가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전 세계적 경기 둔화는 한국의 수출에 직접적 타격을 미치면서 국내 경기 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금융센터 등의 통계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수요 둔화, 경기 불안을 예고하는 지표가 확인된다. 우선 OECD 회원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올 7월 99.2로 4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또 미국 투자은행(IB) JP모건이 전 세계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로 산출하는 ‘JP모건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7월 51.1로 2020년 5월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제조업체들의 체감 경기가 악화하고 있다는 뜻인데, 공급망 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고물가와 긴축으로 수요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수출 주문과 신규 주문 지수 모두 기준선 50을 하회하며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전 세계 수요 둔화의 여파는 수출의존도가 큰 신흥국에서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전 세계 공급망의 최전선에 있는 아시아 신흥국들은 경기순환 주기가 전환되는 변곡점에 위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주요국을 보더라도 상황은 유사하다. 미국의 경우 물가는 정점을 통과하고, 경기는 둔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5% 올라 전월(9.1%) 및 시장 예상치(8.7%)를 모두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물가오름세가 정점을 통과하면서, 앞으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둔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수요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도 나타났다.

미국의 8월 미국주택건설협회(NAHB) 주택시장지수는 49를 기록하며 2020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등에 따라 주택 수요가 약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난이 지속되고, 심각한 가뭄까지 겹친 유럽에서도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로존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확률이 60%로 높아졌다. 경제학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차질 등으로 금년 말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전 세계 경기 우려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5.7원 오른 달러당 1308.1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증가율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경기가 부진하다는 판단이 위험자산 기피 심리로 이어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주요 지표에 대한 경계심이 짙어지고, 유로존의 경우 아직 물가 정점을 확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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