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이준석 전대 영향력 행사 나설까 [이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사실상 이별을 선택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겐 이 말이 가장 어울린다.
초읽기에 들어간 성상납 관련 경찰 조사 마무리와 여전히 남은 징계 기간 등 이 전 대표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렇다고 그의 정치적 생명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2030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표는 다가올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시 다지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차기 당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조기 진행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윤핵관을 비롯한 친윤계 의원들은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해왔다. 이 전 대표의 복귀일이 내년 1월인 상황에서 빠르게 전당대회를 끝내고 새 지도 체제를 정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여전히 바닥을 보이는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전당대회의 변수가 될 수는 있다. 친윤계 의원들의 계획대로 두 달 뒤인 10월에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시점에 윤 대통령 지지도가 어느 정도 회복한다면 윤심의 영향은 당권 경쟁에 크게 발휘될 수 있지만, 반대로 지금처럼 20%대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면 친윤 색채가 오히려 후보들에게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7일 취임 100일은 맞는 윤 대통령은 28%대 국정수행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KBS의뢰로 지난 12~14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물은 결과(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28%,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7%를 기록했다. 긍·부정 차이는 39%p로 오차범위 밖이다. 전 지역에서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임기 내 국정운영 전망에 대해서는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37.6%, ‘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59.3%로 나타났다. 또 이 조사에서 정권초 지지율이 낮은 이유로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인 46%가 윤 대통령의 책임을, 그 다음으로 윤핵관 등 핵심 측근(19.7%)를 꼽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각자 도생의 길을 가는 이 전 대표로서는 당분간 당이나 대통령과 거리를 두며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 주류와 차별점을 둔 개혁보수의 길을 간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딱히 다른 방도도 없다.
실제 그는 지난 13일 긴급기자회견에서 “과거 자유한국당과 새누리당의 모습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공정과 젠더, 차별, 약자에 대한 담론 등 미래 담론을 하나도 다루지 못하는 정치권이 어떻게 젊은층의 참여를 끌어내겠느냐”고 새로운 정치를 강조했다.
향후 유승민 전 의원과의 연대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비록 그 자신은 조기 전당대회에서 출마가 어렵지만, 유 전 의원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으로 재기를 노릴 가능성이 엿보인다.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이 높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유 전 의원은 윤핵관의 이 전 대표 축출에 반대했으며 그 자신이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윤심이 작동한 조직력에 밀려 패한 아픔이 있다.
당시 경선에서 패한 뒤 유 전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네요.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습니다.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습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는 “윤석열 캠프에 있었던 몇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해법으로는 경제위기 대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0일 한길리서치가 6~8일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 차기 당대표로 적합한 후보를 물은 결과, 유승민 전 의원이 23.0%로 1위를 기록했고 이 전 대표는 16.5%를 기록했다. 윤핵관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2.5%, 장제원 의원은 2.2%에 불과했다.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모두 현재 국민의힘 밖에서 잠행 중인데, 두 사람이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차기 당대표 지지율의 40% 가량을 차지한 것이다.
다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조사나,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가 실제 경선에서 그대로 표로 반영되기는 힘들다. 당원의 선택이 큰 영향을 미치는 국민의힘의 경선 룰을 감안했을 때, 유 전 의원과 힘을 합친다고 해도 이 대표가 바라는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최근까지 자신을 지지하는 청년층에게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당원이 되어 달라고 강조해 왔다. 이러한 그의 호소가 경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아직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가 연대를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개혁보수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두 사람의 연대는 유의미한 보수세력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받을 것 같다”며 “재기를 꿈꾸는 유 전 의원과 당내 기반을 만들길 원하는 이 전 대표의 이익이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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