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항공물류 허브 노동자들 "빈곤과 위험 속에서 일 못해" 조업 중단
임금 인상·작업장 안전 요구
38도 넘는 폭염에 대비책도
향후 노조 결성 가능성 시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항공물류 허브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작업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조업을 중단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샌 버나디노 국제공항 아마존 항공물류 허브에서 일하는 노동자 150여명이 이날 오후 조업을 중단하고 작업장을 이탈했다.
2015년 아마존에어를 설립해 항공물류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아마존은 샌 버나디노 이외에 켄터키주 신시내티와 독일 라이프치히에 항공물류 허브를 갖고 있다. 아마존 항공물류 부문에서 조직적인 노동쟁의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조업 중단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샌 버나디노 허브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 1500명 가운데 10분의 1 정도지만 아마존이 세 곳의 항공물류 허브를 통해 날마다 수백만건의 물품 배송을 처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 물류창고의 파업보다 더 큰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시간당 17달러 수준인 평균 임금으로는 임대료를 내고 나면 월소득의 25%만 남기 때문이다.
샌 버나디노시의 월평균 주택 임대료는 1650달러 수준이다. 샌 버나디노 지역 생활비는 아이가 없는 가구를 기준으로 시간당 18.10달러에 이른다.
시간당 17.30달러를 받는 안나 오르테가(23)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의 가격이 상승해 먹고살기 힘들다”면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푸드스탬프(미국의 저소득층 식비 지원 제도)를 사용하거나 재정적으로 곤란을 겪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작업장 안전도 문제다. 샌 버나디노 허브에서 항공화물 상하차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최근 바깥 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가고 있어 폭염 대비책을 요구하고 있다. 조업 중단에 참여한 노동자 2명은 WP에 폭염 때문에 코피를 흘렸다고 말했다. 다른 노동자는 컨테이너에 머리를 부딪쳐 뇌진탕을 겪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뉴저지주의 아마존 시설 세 곳에서 노동자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미국 노동부가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조업 중단을 이끈 것은 인랜드 엠파이어 아마존 워커스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의 모임에 소속된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지난달 아마존을 상대로 시간당 임금 5달러 인상 등을 포함한 청원을 제기했다. 아마존 측은 시간당 임금 1.5~2달러 인상안과 함께 노동자들이 대중교통이나 카풀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생활비용을 줄일 것을 제안했다고 WP는 전했다.
아마존에서는 지난 4월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 물류창고 JFK8에서 아마존 사상 처음으로 노조가 탄생한 이후 노조 결성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조업 중단을 이끈 샌 버나디노 허브의 사라 피는 당장 노조 결성을 위한 찬반 투표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우리도 향후 노조 결성에 대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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