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수 "'꿈의 오케스트라'로 지휘자 두다멜 만나는 꿈 이뤘죠"
"음악 통해 선한 에너지 받아..후배들과 희망 나누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평범하게 길을 걷던 우리가 악기를 지니면 무한한 힘을 갖게 된다. 음악에는 그런 힘이 있다'.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선생님이 해준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입니다. 제가 음악을 해 온 이유를 두다멜의 입에서 들으니 매우 기뻤죠."
지난 7월 19일 세계 22개국에서 온 18∼26세의 젊은 연주자 100여 명이 각자의 악기, 즉 '무한한 힘'을 가지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모였다.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이끄는 두다멜재단과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진행하는 2주간의 오케스트라 교육 프로그램 '엔쿠엔트로스'(Encuentros·만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한국 대표로는 '꿈의 오케스트라' 부안 지역 단원 출신 박은수(19·바이올린) 양이 참여했다.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은수는 "지휘자 두다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온 연주자들과 무대에서 눈을 맞추며 음악을 만들어나간 순간은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던 기억"이라며 그때의 생생한 감동을 전했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두다멜을 배출한 베네수엘라의 공공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의 정신에 입각해 2011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진행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사업이다.
이번 '엔쿠엔트로스'에는 '꿈의 오케스트라'처럼 '엘 시스테마'에서 영감을 받은 22개국 청소년 오케스트라 출신의 연주자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두다멜이 이끄는 LA 필하모닉 연주자들과 만나 2주간 워크숍과 마스터클래스를 듣고, 이달 2일과 4일에는 LA 할리우드볼과 UC버클리 허스트 그릭 시어터에서 두다멜의 지휘로 두 차례 공연을 올렸다.
박은수는 "두다멜 지휘자에겐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에너지가 나오게 만드는 열정이 느껴졌다"며 "두다멜 선생님을 만나며 이번에 제 꿈이 이뤄진 것 같다. 음악 자체를 사랑하고 많은 사람과 좋은 음악을 만들어가도록 이끌어주는 모습을 보며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박은수가 이번 '엔쿠엔트로스'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역설적으로 최근 음대 입시에 실패한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2019년 두다멜이 이끄는 LA 유스 오케스트라와 서울에서 합동 공연을 열며 두다멜재단과 인연을 맺은 '꿈의 오케스트라'는 '엔쿠엔트로스 2022'에 참여할 현악 단원을 추천해줄 것을 요청받았다.
'꿈의 오케스트라' 부안 기관의 행정을 담당하는 김수일 주무관은 "처음 (단원 추천을) 요청을 받았을 때 수도권 지역에 훌륭한 연주자들이 많을 거로 생각해 좀 망설였다"며 "하지만 은수 양이 2022년도 입시에 실패하고 실의에 빠져 있는 걸 보고 이번 기회를 통해 자존감을 높여주고자 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은수는 전국 51개 지역에 있는 2천900여 명의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대표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생각에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한국을 대표하니 부끄럽지 않은 연주자가 되기 위해 출국 전날까지 레슨을 받고 또 연습했죠. 그 덕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전 세계에서 음악 하나만을 공통분모로 모인 젊은 연주자들과 교류하며 음악의 즐거움을 새삼 다시 깨닫기도 했다.
"입시 과정들을 거치며 음악을 마냥 즐기기만 할 순 없는 상황이었죠. '엔쿠엔트로스'에서 만난 연주자들이 음악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즐기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어요."
지난 5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박은수는 다시 평범한 수험생이 되어 음대 입시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LA에서의 경험이 단지 2주간의 특별한 체험에만 그치진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국에서 '엔쿠엔트로스'를 한 단어로 정의해달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곧바로 '희망'이 떠올랐어요. 이 캠프를 통해 주고받은 선한 에너지와 감정을 각자의 나라에 돌아가서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그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꿈의 오케스트라' 후배 단원들에게 제가 배운 것들을 전하는 멘토 역할을 계속할 거예요. 나아가 더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전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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