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잠자는 국민 성금'..속 타는 이재민
[KBS 대구] [앵커]
지난 3월 발생한 울진 산불로 190여 명의 이재민이 폭염 속에서도 조립식 주택 같은 임시 주택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8백억 원 넘는 국민 성금이 모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아직 절반도 쓰이지 않았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울진의 산간마을입니다.
빈터에 세워진 컨테이너 임시 주택.
27㎡ 남짓한 공간에 이재민 84살 장중화 씨가 아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방 안의 온도는 바깥 기온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장중화/울진 산불 이재민 : "대번에 열기가 얼마나 찌는지 자고 나니까 옷이 다 젖었어. 병난다, 병. 병이 나. 좁은 공간에서 너무 오래 있으니까."]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는 산불 이재민 190여 가구 가운데 집을 새로 짓기 시작한 가구는 10가구도 채 되지 않습니다.
건축비를 포함해 생업 등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이 더디기 때문입니다.
[장도영/울진 산불피해 이재민대책위원장 : "산불 난 이후에 이재민들 전체는 어느 수입원 자체 하나도 지금 없는 상태거든요. 더군다나 건축비용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르고 있습니다)."]
울진 산불 이재민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성금은 827억 원, 이 가운데 다섯 달 동안 주택 피해 정도와 규모에 따라 집행된 성금은 40%도 되지 않습니다.
산불 피해는 자연재난이 아닌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재난으로 분류돼 중앙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성금 모금기관들이 성금을 집행합니다.
기관마다 피해 조사가 이뤄지고 중복 지원을 피하기 위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해 배분이 늦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모금기관 관계자 : "정확하게 성금을 지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속과 함께 정확에 초점을 두고..."]
2019년 강원 산불의 경우 성금을 전달하는 데만 반년 넘게 걸렸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신광진/그래픽:김미령
이지은 기자 (eas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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