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버틴 빙하, 10년 새 두 배씩 소멸
[앵커]
장마가 끝났는데도 2차 장마라 불리는 많은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기상 관측 115년 만에 가장 많은 시간당 141.5mm의 집중 호우가 쏟아졌죠.
반면, 올여름 유럽 여러 나라는 섭씨 40도를 넘는 최악의 폭염에 시달렸습니다.
이런 지구촌의 이상 기후, 그 시작은 북극입니다.
북극의 눈과 얼음이 사라지고,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곳곳에 재난을 불러오고 있는데요.
KBS 9시 뉴스 연중기획 <기후는 말한다>.
오늘(16일)부터는 이른바 '코드 레드'라 불리는 기후 비상사태를 짚어봅니다.
신방실 기상전문기자가 북극을 직접 찾아 빙하가 사라지는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북위 78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
24시간 해가 지지 않는 여름철 백야 기간이긴 하지만 만년설의 흔적은 산꼭대기에만 겨우 남아있습니다.
직접 보트를 타고 빙하 탐사에 나섰습니다.
하얀 눈과 얼음 대신 검은 사막 같은 북극의 풍경.
[남승일/박사/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 : "육상에 많은 빙하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다 없어진 것 같아요. 지금 피오르드에 들어와 있는 조수 빙하만 일부 남아있고..."]
바다에도 바다 얼음, 즉 '해빙'이 보이지 않습니다.
[크리스티안 호벨사스/안전요원 : "올해는 6월 중순부터 해빙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보트를 타고 피라미덴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오래전에는 8월에나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2시간의 항해 끝에 모습을 드러낸 노르덴스키올드 빙하.
수천 년의 세월을 버틴 얼음장벽이 푸른색으로 빛납니다.
그러나 바다와 맞닿은 빙하의 끝자락은 사라지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수많은 균열이 생겼습니다.
이곳은 스발바르에서도 빙하의 후퇴가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현장입니다.
얼음이 녹아 사라지면서 그 아래에 있던 암석인 기반암까지 노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빙벽의 쪼개진 틈에서 얼음 녹은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빙하의 밑부분에서도 거센 흙탕물이 솟구치며 붕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발렌베르크 빙하, 빙하에서 떨어져나온 유빙이 해안가를 채우고 있습니다.
빙벽의 길이가 26km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지만, 하루에 최대 9m씩 사라져 '폭주 기관차'로 불립니다.
북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해수면 상승에도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전 세계 해수면 상승률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연간 2.1mm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지난 10년간은 매년 4.5mm로 더블링 현상이 관측됐습니다.
육지의 빙하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붕괴한다면 이번 세기말 해수면 상승은 최대 2m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무려 5백 제곱킬로미터 즉, 서울시 면적의 80% 만큼이 물에 잠기고, 수만 명이 침수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신방실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 송혜성/그래픽:김정현 김지혜
신방실 기자 (weez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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