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저성장 위기에 감세 처방..국민 61% "경제정책 잘못"[윤석열 정부 100일]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이창준 기자 2022. 8. 1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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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자 편중 경제 정책
치솟는 물가에 ‘걱정이 반찬’ 폭염과 폭우로 배추, 무 등 채소와 과일 가격이 크게 뛰면서 밥상 물가와 추석 성수품 장만에 비상이 걸린 16일 한 시민이 서울시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5년간 60조 감세·긴축 재정 재정
적자·양극화 심화 우려
서민 살림 개선 의지는 빈약
“대통령의 경제 철학 아닌
친기업 혜택에만 급급” 평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와 저성장이 맞물린 ‘복합위기’ 우려 속에서 윤석열 정부가 취임 100일간 내놓은 대책은 ‘감세’였다. 보유세 완화와 법인세·소득세·상속세 등 감세 패키지로 인해 향후 5년간 60조원이 넘는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감세 혜택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된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에게 감세를 해주면 투자와 소비 여력이 생겨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낙수효과’에 기댄 정책이다. 여기에다 정부는 기업인에 대한 형벌 규정을 행정 제재로 낮추는 등 행정규제 완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서민 살림살이 개선을 염두에 둔 정책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정부 출범과 함께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급한 소상공인 손실보전금이 그 중 눈에 띄는 정책이었다.

정세은 교수(충남대 경제학)는 “법인세를 깎으면 고용과 투자가 증가한다는 주장은 기계적인 인과관계에 불과하다”며 “실제로 법인세 혜택이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면밀히 살피고. 전체적으로 법인세율을 높인 상태에서 검증된 투자에만 비과세 감면 혜택을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는 감세정책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하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과는 방향이 반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은 기후변화 대응,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7400억달러(약 910조원) 규모의 지출안이다. 재원은 법인세 인상 등 대기업 증세를 통해 마련한다.

정부가 대기업 감세와 규제완화에 매달리고 있는 동안 고물가는 서민생활을 덮쳤다. 새 정부 출범 후 100일간 28차례 경제대책을 발표했지만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6.3%)으로 치솟았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대외 무역 상황 역시 추경호 경제팀이 풀어야 할 숙제다. 16일 관세청이 발표한 지난달 월간 수출입 현황(확정치)을 보면 7월 무역수지는 48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공급망 재편 속에 미국, 일본, 대만과 함께하는 ‘칩4’ 참여 여부는 당면한 고민거리다.

윤석열 정부 100일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은 매우 비판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가 61%로 집계됐다(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수행, 8~10일 만 18세 이상 1008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8.4%).

15일 MBC 여론조사(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수행, 12~1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법인세·소득세 등을 낮추는 세제개편안을 두고 ‘부자 감세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1.3%였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대통령의 경제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히 공무원들이 대기업에 혜택을 몰아주는 데 급급한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법인세 감세를 필두로 한 기업 친화적 정책이 지속되면 재정적자가 심화되는 것은 물론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감세 기조 속에 정부가 재정건전성 강화를 강조하면서 내년 예산은 긴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 지출 삭감은 복지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복합위기 속에서 서민 생활의 악화가 우려된다.

반기웅·이창준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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