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기용·부실 검증..국정 동력 떨어뜨린 '마이웨이 인사'[윤석열 정부 100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검찰 출신이 인사 전반 관장
추천·검증 시스템 고장 지적
“과거에는 민변 출신이 도배”
윤 대통령 ‘오기’도 화 불러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인사 실패 비판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검찰 편중 인사가 논란의 발단이 됐고, 잇따른 고위공직자 낙마로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통령 권력 분산을 명분 삼아 민정수석실을 없애고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했지만, 인사 전반을 검찰 출신들이 관장하게 되면서 오히려 논란은 더 커졌다. 윤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강조해온 능력주의 인사 기조는 측근 기용과 사적 채용 논란으로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처음 말썽이 된 것은 임기 초 검찰 편중 인사였다.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 윤재순 총무비서관·주진우 법률비서관·복두규 인사기획관·이원모 인사비서관·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출신이 대통령 비서실 요직에 전면배치됐다. 윤재순 비서관은 성비위 및 성추행 미화 발언 논란, 이시원 비서관은 서울시 간첩조작 연루 징계 논란까지 일으켰지만 윤 대통령은 입장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여기에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리던 이복현 전 부장검사가 검찰 출신으로는 최초로 금융감독원장에 기용되면서 논란은 격화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임명 직후인 지난 6월10일 한국갤럽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을 부정평가한 응답자 중 32%가 ‘인사’를 이유로 꼽았다. 같은 기관 조사 기준 1주일 만에 19%포인트가 올랐다. 이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인사 문제는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1순위 요인이다.
검찰 편중 인사 논란은 장관 후보자들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낙마가 잇따르면서 인사 검증 시스템의 실패로 옮아갔다. 검찰 출신들이 장악한 인사 추천·검증 라인이 문제라는 비판이 우선 제기됐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이후 대통령실 인사 추천·검증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이 인사 추천을 하면 인사정보관리단에서 1차 검증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차 검증을 실시하는 구조다. 대통령실의 인사 권력 분산을 위해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겠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나 공직 후보자의 낙마가 잇따르면서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여론이 높다. 특히 검찰 일색의 인사 라인에서 다른 목소리를 기대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많다.
최종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학제개편안 논란 끝에 자진사퇴한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음주운전 이력으로 임명 전부터 장관 부적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송옥렬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과거 언론에도 비중있게 보도됐던 제자 성희롱 논란으로 자진사퇴했다. 검증 단계에서 일찌감치 확인이 된 사안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간 논란이 됐던 문제들은 임명 전 이미 보고가 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결국 최종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이 문제를 알고서도 밀어붙였다는 이야기다.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가 화를 자초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 편중 인사 논란 당시 “과거에는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이 도배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박순애 전 부총리 임명 때에는 “언론,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이 인사에서 국민 정서나 여론보다 위법 여부를 우선시하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가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나온다. 검찰 출신 일색의 인사 라인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의 좁은 인재풀에서 비롯된 측근 기용은 지난 100일 동안 새 정부 발목을 잡은 또 다른 논란거리였다. 윤 대통령과 사적으로 가까운 인사들이 낙마하거나 구설에 오를 때마다 그 타격은 윤 대통령 본인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낙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 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도한 경찰국 신설과 총경 회의를 향한 ‘쿠데타’ 발언 논란에서도 비난의 화살은 윤 대통령에게 향했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후배다.
고위공직자 인사에서 측근 기용이 논란이 됐다면,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적 채용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의 자녀들이 대통령실 행정관 또는 행정요원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대통령실은 정치 경험이 없는 윤 대통령의 이력 특성상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인재풀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대선 캠프 초반에는 지인 자녀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대선 기간 무보수로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들을 별정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여느 정권에서나 있었던 일이라는 입장도 함께 내세웠다. 윤 대통령이 정치 입문부터 ‘공정’을 최대 가치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 같은 반박이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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