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소주성의 퇴장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지향점은 명료했다. 노동자들의 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증가하고, 이에 맞춰 기업 투자와 생산도 늘며, 그 과정에서 경제가 성장해 다시 노동자들의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출발점은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2017년 정부 출범 첫해 최저임금을 16.4% 올려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했다. 17년 만에 최대 인상률로 2020년까지 1만원으로 만드는 것이 당시 대통령과 여당의 목표였다.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청년 등에겐 희망이 생겼지만 자영업자들은 반발했다. 임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을’과 ‘병’의 갈등이 불거졌다. 치킨집 주인은 얼마 되지 않는 소득을 배달원에게 나눠주든지 아니면 해고하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반면 키오스크(무인기기) 관련 기업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연말이 되자 회사 근처 식당에서는 서빙하던 직원들이 한두 명씩 사라졌다. 동네 아파트 반상회마다 경비원 감축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해가 바뀌면서 실업자는 늘고, 일자리는 최대 30만개 가까이 줄었다. 2018년 5월 소주성 지지자인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달 뒤 홍장표 경제수석이 경질됐다. 그해 11월 장 실장과 김 부총리도 물러났다. 이후 최저임금은 역풍을 맞았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매년 곤두박질을 치다가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엔 1.5%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올해 5.0%로 다소 올랐지만 아직도 최저임금은 1만원이 안 된다.
16일 더불어민주당이 당 강령에서 소주성을 빼기로 했다.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당시 최저임금을 급히 올리기 전에 자영업자들의 애로 사항부터 해결해줬으면 어땠을까. 건물주의 임대료 폭리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막는 제도 개선이 선행됐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문재인 정부의 소주성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 취지까지 죽지는 않았다고 본다.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임금을 올려주는 것만큼 효과적인 내수 진작책은 없다.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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