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못 찾고 법안은 좌초 '식물 공정위'

송옥렬 낙마 후 새 위원장 공석
‘온플법’은 업무 보고에서 빠져
기업들은 제재 반발 수위 높여
“역대 정부 중 입지 가장 약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표류하고 있다. 벌써 넉 달째 공정위원장 자리는 사실상 ‘공석’이다. 그사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등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들은 무력화됐다.
조직 입지가 흔들리면서 공정위 제재에 대한 권위도 약해지고 있다. 기업과 협회가 타 부처와 ‘연합’해 공정위를 공격하는 사례마저 나온다.
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 인사는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공정위원장 인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동안 하마평에 오른 인물만 10여명에 달한다.
첫 공정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송옥렬 전 후보자는 6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최근에는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후보군에 올랐지만 지명은 불투명하다.
최근 대통령실에서는 홍 교수가 아닌 다른 교수 출신 후보자를 염두에 두고 인사 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정부 가운데 공정위원장 후보 지명이 이처럼 늦어진 전례는 없었다.
100일째 이어지는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해 주요 정책들은 표류되고 있다. 공정위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온플법은 16일 업무 보고에서도 배제됐다.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 등 불공정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그렇다고 공정위가 온플법 추진 폐지 방침을 공식적으로 정한 것도 아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무 보고에서 빠졌다고 해서 공식적으로 온플법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위원장이 온 뒤에야 정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플랫폼 분야에 대한 새 정부의 자율 규제 및 필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라는 기조에 따라 공정위의 기존 입법 방향에 변화가 있는 것인지 자율규제 방안 도입에 대한 공정위의 법·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업무 추진 동력도 잃었다. 위원장 재가가 필요한 주요 프로젝트는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관계자는 “공직사회 특성상 눈에 띌 만한 괜찮은 아이디어는 새 위원장이 오기 전까지 미뤄둘 수밖에 없다”며 “위원장이 오고 내부 인선이 마무리돼야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 위상이 흔들리면서 공정위 제재에 대한 권위도 추락하고 있다. 과징금 부과 등 공정위 제재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 수위가 높아졌다.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 행정소송은 흔했지만 법적 절차와 별개로 공정위 판단의 흠결을 알리는 이른바 ‘언론 플레이’를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갑질 의혹이 불거진 업계가 스스로 몸을 사렸던 이른바 지난 정권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하는 정부에서 시장경제의 핵심인 경쟁 분야를 외면하고 있다”며 “역대 정부 가운데 공정위 역할에 대한 확신과 신뢰가 가장 약하고, 공정위 패싱이 장기화될수록 향후 국정에서 공정위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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