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분무기가 첼로로 변신했다..그들이 '파격 연주' 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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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 왜 사야 하는지, 왜 버려야 하는지를 한 번쯤 생각하도록 하고 싶었어요."
버려진 농약 분무기를 재활용해 만든 첼로로 연주하는 '유니크 첼로 콰르텟'(이하 유니크) 첼로 4중주단 창단을 기획한 이승규(38·크리에이티브 아트 대표) 유니크 총괄작곡 대표는 16일 "쓸모없다고 버려진 것들에게 새로운 이름과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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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자' 주제 첫공연..9~11월 다달이 공연 예정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 왜 사야 하는지, 왜 버려야 하는지를 한 번쯤 생각하도록 하고 싶었어요.”
버려진 농약 분무기를 재활용해 만든 첼로로 연주하는 ‘유니크 첼로 콰르텟’(이하 유니크) 첼로 4중주단 창단을 기획한 이승규(38·크리에이티브 아트 대표) 유니크 총괄작곡 대표는 16일 “쓸모없다고 버려진 것들에게 새로운 이름과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재활용 첼로는 길이 50㎝가량인 스테인리스 농약 분무기를 울림통으로 사용해 중고 첼로의 나무 브릿지를 붙이고 현을 연결해 만든 개량 악기다. 이 대표는 “저음과 중음은 나무 첼로와 비슷하고, 고음은 더 날카롭지만, 전반적으로 울림이 좋다”고 말했다.
유니크는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만든 악기로 연주하는 ‘랜드필 오케스트라’(파라과이)를 떠올리게 한다. 이 대표는 “분리수거로 생계를 이어가는 동네에서 고철, 플라스틱, 나무 등으로 악기를 만들어 악기교육을 하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랜드필 오케스트라가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에 더 관심을 쏟는다면, 유니크는 전문 연주자들이 재활용 악기로 환경 보호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차이점이다.
유니크한 첼로를 만든 이는 고근호 작가다. ‘정크아트’(재활용품으로 만든 작품)와 ‘키네틱아트’(움직이는 예술품)를 해온 그는 강철과 알루미늄 면재를 색칠해 조립하는 팝아트 조각으로 국내외에 잘 알려진 작가다. 고 작가는 지난 3월 이 대표한테서 “깡통 등 버려진 물건으로 첼로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고민하던 중 광주 양림동의 한 고물상에 버려져 있던 농약 분무기가 눈에 띄었다고 한다. 고 작가는 농약 분무기통에 오래된 첼로에서 떼낸 브릿지를 달고 현을 연결해 석 달만인 지난 6월초 재활용 첼로 4개를 완성했다.
유니크의 단장은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공부한 첼로 연주자 박효은씨가 맡고 있다. 박 단장은 이 대표가 2019년 세 번째 작곡 음반 <초월>을 낼 때 함께 작업을 했다. 김가영·정아름·김성복 단원은 광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첼로 연주자들이다. 이들은 처음엔 기존 첼로와 달라 연주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브릿지 위치와 각도 등을 미세하게 조정해 가면서 소리의 길을 찾아갔다. 이 대표는 “연습할 때 현에 문제가 생기면 드릴을 이용해 볼트와 너트로 고정하는 등 문제점을 개선하며 연습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유니크는 지난달 15일 광주에서 ‘지구를 구하자’ 주제로 창단 공연을 열어 8곡을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박 단장은 “나무로 만든 첼로와 음색이 달라 새로운 느낌을 전달할 수 있었다. 관객들이 질문도 많이 하며 좋아하시더라”고 말했다.
유니크는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다달이 재활용 첼로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이 대표는 “재활용 첼로를 특허 출원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농약 분무기 통에 검은색 물이나 흙을 넣는 등 연주 실험을 통해 관객들과 환경 보전이라는 메시지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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