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아동의 자기 결정권과 초상권을 침해할 수 있는 '셰어런팅'

전하연 작가 입력 2022. 8. 1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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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이혜정 앵커  

SNS에 일상을 기록하는 분들 많으시죠. 


모두에게 열린 공간인 만큼, 개인정보나 초상권에 대한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부모가 자녀의 사진을 공유하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셰어런팅'에 대해 나현경 변호사와 함께 알아봅니다. 


변호사님, 조금 생소한 용어인데요, '셰어런팅', 어떤 뜻인가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셰어런팅은 공유를 뜻하는 Share와 양육을 뜻하는 Parenting의 합성어로 부모가 자녀의 일상을 SNS에 올리며 공유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2012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처음 등장한 이 단어는 세계적인 영어사전 출판사인 영국 콜린스가 2016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할 만큼 서구권에서는 익숙한 개념인데요. 


용어는 낯설지만 열한 살 이하의 자녀를 가진 부모의 약 86%가 경험이 있다고 할 만큼 셰어런팅 자체는 우리나라에서도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요즘 엄마들'의 양육 문화입니다.


이렇게 요즘 아이들은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온라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해 5세가 될 무렵이면 자신과 관련된 약 1,500여 개의 이미지들이 인터넷에 떠돌게 된다고 합니다.


이혜정 앵커 

쉽게 말하면, 부모가 SNS에 아이의 사진을 올리는 형태들이죠. 


아이 입장에선 외모나 행동을 지적하는 악플이 달릴 수도 있겠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온라인에 노출된 아이의 정보가 범죄에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점인데, 외국에서는 관련된 소송도 있다고 하죠?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2016년 캐나다에서 당시 13세였던 한 소년이 부모를 상대로 약 3억 원의 합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부모가 자신이 아기일 때 나체인 상태로 얼굴에 초콜릿을 묻히는 등 연출해서 찍은 수천 장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10년 넘게 공유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손상시켰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프랑스에선 부모가 자녀의 동의 없이 자녀의 사진을 SNS에 올리면 최대 징역 1년 및 약 6,000만 원 상당의 벌금을 물어야 하고요. 


베트남에서 또한, 2018년부터 부모가 만 7세 이하 자녀의 동의 없이 자녀의 사진을 SNS에 올리면, 약 26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합니다.


이혜정 앵커 

프랑스 에서는 '자녀의 초상권 보호에 부모의 책임이 있다',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고 하죠.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먼저 아동·청소년을 포함하여 사람이라면 누구나 헌법상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관련된 기본권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가지는데요.

개인정보란 성명, 주민번호,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로,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보호를 받게 되고요. 


개인정보 보호법에는 이러한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제공 등 개인정보 처리를 위한 절차 등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한편, 아동·청소년의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행위가 인격권 침해를 넘어 범죄로까지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동복지법, 청소년성보호법, 성폭력처벌법 등에 규정되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 그리고 '아동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금지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부모가 자녀의 나체 사진을 온라인상에 공유하는 것이 아동에 대한 성적 또는 정서적 학대행위로 평가된다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혹시 이런 것 말고도 셰어런팅과 관련된 직접적인 법 조항이 있을까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현행법상 직접적인 규정은 없으나 헌법상 권리인 인격권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초상권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이는 자신의 얼굴이나 신체 등이 제3자에게 공개되는 것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로, 판례는 초상권 침해를 불법행위로 보아, 이로 인한 재산 또는 정신상의 피해에 대한 입증이 가능한 경우, 민사상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셰어런팅의 경우, 동의 없이 SNS에 자녀의 사진을 게시한 부모의 행위로 인한 정신상의 피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데에는 역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혜정 앵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정부는 지난달, 2024년까지 아동·청소년을 위한 개인정보 보호법을 만들겠다,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이건 또 어떤 내용인가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지난달 정부는 "디지털 잊혀질 권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정부가 아동·청소년의 신청을 받아 본인뿐 아니라 친구·부모 등 제3자가 올린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숨김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관계자들은 이러한 "잊혀질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 등이 이미 링크나 복제 등을 통해 다른 플랫폼으로 퍼져나간 경우, 이를 탐지 및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개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SNS가 '퍼가기' 기능이 있잖아요? 


확대되는 경향이 참 많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녀의 일상을 SNS에 올리는 부모님들 계실 텐데요. 


변호사님, 마지막으로 이런 분들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육아를 하면서 아이의 순간을 포착하고, 그 기록을 가족이나 지인들과 공유하는 행위는 하루가 다르게 훌쩍 커가는 아이들과의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즐거움이기도 하고요. 


아이를 키우는 분이라면 육아 인플루언서들이 SNS에서 공유하는 유용한 육아정보로 도움을 받기도 하는 등 셰어런팅 자체의 순기능도 있을 텐데요, 그렇지만 가족이나 친구를 넘어, SNS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자녀의 일상 사진을 과도하게 공유하는 행위는 소중한 우리 자녀에게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고요,


특히 자녀의 사진을 SNS에 공유할 때에는 적어도 어린이집, 유치원 등 아이의 동선이 파악될 수 있는 사진, 아이 생년월일 등 신상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사진, 아이의 나체 또는 생리현상 사진 등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하셔야겠습니다. 


이혜정 앵커 

부모에겐 표현의 자유지만 아이에겐 사생활 침해가 될 수도 있죠.


아이의 개인정보나 민감한 부분들은 부모가 적당하게 조율해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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