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퇴로 없는 尹대통령, 위기를 직시하라

2022. 8. 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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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콘텐츠에디터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이 정도까진 미처 예상 못했다. 정권 출범 100일도 안 돼 여론 지지율이 20%대까지 하락한 건 분명 기이한 현상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국민의 눈에는 위태롭게 보이는데, 정작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지지율 하락이 별 의미 없다"며 신경쓰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래선지 대통령실이나 당내 분위기조차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눈치다. 문제는 서슬 퍼런 기세로 개혁과제들을 밀어붙여야 할 정권 초반에 맥이 탁 풀려 있으니 무얼 해도 실수 투성이다. 그 반작용에 의해 내부에 곪아있던 골칫덩이들이 줄줄이 터져나온다. '이준석 리스크'와 '민주노총의 준동'이다.

'이준석 리스크'는 윤 대통령에겐 무엇보다도 아픈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본인도 인정했듯이 정치를 잘 모른다. 구 정권에 신물이 난 국민이 문 정권의 적폐 청산을 기대하며 불러낸 인물이다. 그런 윤석열을 36살의 젊은 이준석이 '연습문제를 낸다' '비단 주머니 3개를 드리겠다'며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갖고 놀 듯 능멸한 건 분명 잘못이다.

윤석열이 대선후보가 되고 난 뒤에도 자기 지시대로 안 되니까 두 번이나 당무를 이탈해 '나 아니면 당신은 대통령 못돼'라며 겁박한 것 아닌가. 문제의 시발점이자 징계 사유인 '성접대'와 '7억 투자각서'에 대한 일언반구의 해명 없이 윤 대통령을 저격한 건 이 대표의 정치 인생에 '뻔뻔한 내로남불'의 오점으로 남을 뿐이다.

우려했듯이 시너를 든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회사 불법 점거한 건 맥 빠진 윤 정부를 얕잡아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누구를 탓하랴. 검사 출신 윤 대통령이 강조한 '법과 원칙'이 노동문제에선 허언에 가깝다는 걸 시위현장에서 목격하고 배포를 키워준 결과물인데. 정치 투쟁으로 국민경제를 갉아먹는 민주노총에 무력한 정부를 보며 실망한 민심이 등을 돌리는 건 당연하다. 대선에서 그를 찍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바뀌고 나서 달라진 게 무엇인가"라고 한다.

이준석과 민노총의 반격은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겉으로 곪아터져 나온 결과일 뿐이다. 지지율을 끌어내린 첫째 요인은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은 '끼리끼리' 인사 기용에 있다. 평생 검사로 지낸 윤 대통령에겐 검사나 학교 동문 같은 지인들 외에 인맥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연·학연·혈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인적 자원의 선택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는 건 그동안의 장관 기용 과정에서 몇 차례 헛발질한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단순하게 봐도 아는 사람이 검사뿐이니 국민들 보기엔 "또 검사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연고주의는 사회 공동의 가치를 파괴한다. 특히 같은 이념으로 뭉친 집단적 연대가 권력을 얻게 되면 공정과 정의를 허물어뜨린다. 민주주의 역시 심각하게 위협받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장하성, 조국, 김상조 등 참여연대 출신이 청와대 요직을 장악하면서 드러난 폐해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권력화된 연고주의는 같은 사회의 구성원을 '우리'와 '그들'로 적대적으로 구분하는 진영 논리의 밑바탕이 된다. 소위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모인 '박사모' '문빠'와 같은 팬덤이 형성되는 것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의 말처럼 팬덤정치가 판치는 곳에서 민주주의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의 '인사 리스크'를 그대로 둬선 성공하기 힘들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전제 조건은 인적 쇄신이 돼야 한다. 그것은 동종의 인물을 앉힌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말 능력있는 사람을 찾아서 적재적소에 기용해야 한다. 좋은 인재를 모시려면 윤 대통령이 직접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시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정무능력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대통령실 체제의 개편 필요성에 대해선 여러 정치 전문가들도 쉽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당 내분의 수습을 위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도 정리해야 한다.

아끼던 부하 마속을 눈물을 흘리며 목을 베었다는 제갈공명의 '읍참마속', 가장 미워하는 인물을 요직에 맡겨 조직원들의 내부 불안과 불만을 잠재운 한 고조 유방의 '옹치봉후'를 인사 원칙으로 삼을 만하다.

윤 대통령에겐 이제 더 이상 물러설 퇴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밀려서도 안된다. 처음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하지 않고선 해결할 수 없다. '뿌린대로 거둔다'고 했다. 어차피 최종 책임자는 윤 대통령 자신이다. 콘텐츠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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