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 '특수통' 일색..'공소권 남용' 검사까지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이보라 기자 2022. 8. 16. 18: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된 여환섭 법무연수원장(왼쪽부터), 김후곤 서울고검장, 이두봉 대전고검장,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자가 16일 여환섭 법무연수원장(54·사법연수원 24기), 김후곤 서울고검장(57·25기), 이두봉 대전고검장(58·25기),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53·27기)로 압축됐다. 이 고검장은 법원으로부터 공소권 남용 판결을 받아 ‘보복 기소’ 논란이 있는 인물인데도 후보자에 포함돼 정권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직할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차기 검찰총장은 ‘식물 총장’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총추위)는 이날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공정과 정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수호하며, 정의와 상식에 맞게 법을 집행할 후보자를 선정했다”며 이들을 추천했다. 김오수 전 총장이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반발해 사표를 낸지 102일 만이다.

후보자들은 모두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처럼 ‘특수통 검사’로 꼽히는 현직 고검장이다. 여 원장은 여러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며 ‘독사’라는 별명을 얻은 현역 최고의 특수통 검사이다. 김 고검장은 ‘비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지만 ‘검찰 수사권 축소법’ 추진 국면에서 검찰 입장을 적극 대변해 후배 검사들의 신망이 두텁다. 이 고검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때부터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이 차장검사는 검찰총장 공백 상황에서 직무대리를 맡아 검찰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4명 중 이 차장검사는 한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고, 나머지는 한 장관의 선배 기수이다.

여 원장, 김 고검장, 이 차장검사 모두 차기 총장 후보가 될만한 인물로 꼽히지만 ‘보복 기소’ 논란의 당사자인 이 고검장이 후보군에 든 것을 놓고 비판이 나온다. 부적절한 인물을 걸러야 할 총추위가 이번에도 ‘거수기’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총추위는 형식상 독립된 위원회지만 법무부 장관이 위원을 임명·위촉하기 때문에 정권의 의지가 반영되는 구조이다.

이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탈북민인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별건 기소했다. 검찰이 2013년 유씨를 간첩 혐의로 기소했지만 재판에서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이 드러나 무죄가 선고되고 담당 검사들이 징계를 받은 이후였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항소심은 “검찰의 기소에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보복 기소’라는 것이다. 이 고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추궁을 받았지만 “판결을 존중한다”고 답변했을 뿐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총추위는 이 고검장이 대전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강도 높게 수사한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추천위원은 통화에서 “부정적 요소(공소권 남용)도 얘기가 다 됐다”면서 “여러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지난번 원전 수사할 때도 밀어붙였잖나. 무리하게 (정권이) 압박하면 법 시행하는 입장에선 참 밀고 나가는 게 어려운데 그때 검찰총장이 필요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누가 총장이 되건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장관이 검찰총장 공백 상태에서 직무대리인 이원석 차장검사와 협의해 대규모 검찰 인사를 단행하자 ‘식물 총장’ 우려는 더욱 커졌다. 대검 참모진마저 자신의 뜻대로 꾸리지 못한 차기 총장이 지휘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차장검사가 그대로 총장직을 이어받는다면 이런 우려가 어느 정도 불식된다는 시각이 있지만 ‘한동훈 체제’ 검찰에서 운신 폭이 넓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위원장인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식물 총장’ 우려에 대해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검찰총장쯤 돼서 식물이어선 되겠느냐”고 말했다. 추천위원인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은 “이미 조직이 다 짜여있는 상태에서 검찰총장이 들어오기 때문에 식물 총장이 될 수도 있겠다”면서도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한다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의지가 있다면 그럴 염려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추천된 4명 중에서 1명을 후보자로 제청한다. 윤 대통령이 후보자로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신임 검찰총장으로 임명된다. 역대 최장기 검찰총장 공백 기간(채동욱 전 총장 취임까지 124일)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이날 퇴근길에 취재진에게 “정의와 상식을 지켜 범죄를 제대로 척결하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분을 제청하도록 하겠다”며 “아직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