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영장 없는 강제 조사' 없앤다

김태준 기자 2022. 8. 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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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업무보고

‘영장 없는 강제 조사’라는 지적을 받아온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조사 방식이 예측 가능하도록 바뀐다. 조사 대상과 범위를 미리 알리고, 기업의 방어권도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집행 혁신 방안’ 등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위원장이 공석이라 부위원장이 업무 보고를 대신한 것이다.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공정거래법 적용 기준과 조사, 심판 등 집행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윤 부위원장은 “공정위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법 집행 방식과 기준을 혁신하겠다”고 답했다.

◇먼지 털이식 조사→피조사기업 방어권 강화

그동안 공정위는 기업을 조사할 때 무엇을 조사할지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형사소송 절차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혐의 내용을 상세하게 기재해 청구하는 영장과 달리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카르텔)`처럼 포괄적인 위반 조항만 알리는 식이었다. 또 강제력이 없는 행정조사인데도 기업들이 현장 진입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할 경우에는 처벌하는 조항이 법에 규정돼있어 ‘영장 없는 강제 조사’라고 불렸다.

앞으로는 공정위가 피조사 기업에 구체적인 조사 대상과 범위를 알려주고, 이후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할 때 기업의 이견이 있다면 ‘이의 제기 절차’를 통해 이를 반영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연말까지 확정한다. 송상민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자료는 일단 제출하되, 해당 자료가 조사의 범위를 넘어간다고 판단되면 이 부분은 증거 자료로 채택할 수가 없다”며 “(이의 제기 절차도) 이런 식으로 진행될 듯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 자료는 법원에서 유·무죄를 가리는 증거로도 쓰인다. 조사 대상과 범위가 모호한 ‘먼지 털이식 조사’에서 수집된 광범위한 자료가 당초 혐의와는 관계없는 다른 제재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문제점을 새 정부에서는 고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공정위를 대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던 문재인 정부와는 정반대 기조다. 2017년 8월 문 정부 첫 업무 보고 주제는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남용 방지’였다. 작년 업무 보고에서도 공정위는 문 정부 4년간 성과로 “재벌 개혁을 위해 법 개정 등 제도 개선, 부당 내부거래 엄중 제재, 정보 공개·포지티브 캠페인을 통한 자율 개선 유도 등을 균형 있게 추진”했다고 자평했다. 올해 업무 보고에선 문 정부 내내 공정위가 써왔던 ‘재벌 개혁’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사라진 온플법, 자율 규제로 선회

기업 공시 부담도 줄인다. 현재 분기, 연 단위인 공시 주기를 정보의 중요성·시급성 등을 감안해 재조정한다. 송 국장은 “현행 공시 제도는 그룹 공시, 대규모 내부 거래 공시, 비상장사 공시 등 3개의 큰 범주가 있는데, 중복되는 부분은 해소할 것”이라고 했다.

작년 업무 보고에서 1번 과제였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빠지고 올해 업무 보고에는 ‘혁신 성장을 위해 자율 규제로 공정성 보완협업’이 들어왔다. 온플법은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다. 새 정부에서는 민간 중심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해 자율 규제 방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자율분쟁조정기구 설치, 자율규약, 상생협약, 모범계약·약관 마련 등을 공정위가 담당하게 된다.

다만 공정위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오픈마켓 등과 관련해선 ‘과도한 수수료’ ‘불투명한 검색 노출 기준’ ‘짝퉁유통’과 ‘리뷰조작’ 등에 대해 개선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MZ세대 관심 분야(게임 아이템·명품 커머스 등)에서 벌어지는 불공정 행위를 시정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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