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종이 쓰던 전화기부터 TDX까지.. 137년 통신 역사 한눈에
벽괘형 전화기 등 6150점 달해
이인학 "역사적 가치 매우 높아"
무궁화위성 발사 등 현재진행형
"통신 사료들은 우리나라 정보통신 흐름에 따른 시대상과 국민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이인학 KT 정보통신역사연구소장은 16일 KT 원주 통신사료관에서 137년에 달하는 통신 역사를 담은 사료의 가치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 소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신인 체신부에서 1966년부터 근무한 통신 역사의 산 증인이다.
이번에 공개한 KT 원주연수원의 통신사료관은 1885년 한성전보총국 개국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근대 통신산업 역사가 보관된 장소다. 19세기 말부터 사용된 전화기부터 스마트폰에 이르는 통신 역사가 담긴 사료는 6150점에 달한다. 이 중 1955년 벽괘형 공전식 전화기나 1935년 최초의 다이얼식 전화기, 인쇄전신기 등 문화재로 등록된 사료도 8점에 달한다.
그동안 통신 사료들은 용산 전시관 등에 흩어져 있었지만, 강원도 원주에 아카데미가 생기면서 지금의 통신사료관이 설립돼 통합 관리되고 있다. KT 통신사료관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건 KT 광고팀장은 "그동안 방문 전시 등을 준비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금 공사 중인 KT 웨스트 사옥에 있던 사료 등도 옮겨와 통합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료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대별 전화기다. 송수신기가 분리된 초기 전화기 형태부터 자석식 전화기, 다이얼식 전화기까지 전시돼 있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교환원이 통화를 연결하던 방식의 전화기부터 추억의 유선전화들도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이 중 1920년대에 쓰던 벽괘형 자석식전화기와 1955년 벽괘형 공전식 전화기, 1935년 최초의 다이얼식 전화기 등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8282(빨리빨리)', '1004(천사)'와 같이 당시 신세대 유행을 이끌었던 삐삐, 가정에 무료로 배포했던 두꺼운 전화번호부도 볼 수 있었다.
가장 오래된 사료는 1800년대 말 사용한 전화기 '덕률풍'이다. 고종 황제는 이 전화기로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신하와 직접 통화를 했다. 황제의 전화가 오면 시간에 맞춰 의관을 정제하고 네 번의 큰 절을 올린 후 전화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ICT(정보통신기술) 역사의 큰 획을 그은 교환설비 'TDX-1'도 벽면 한켠을 차지했다. TDX-1은 1984년 국내 독자 기술로 설계, 제작 생산해 '1가구 1전화 시대'를 연 주역으로 꼽힌다. 이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 ICT 기술혁명이 본격화되는 원동력이 됐다. 이 소장은 "TDX-1 보급 전에는 전화기 공급이 적어 품귀현상을 빚었다"며 "전화기 한 대가 아파트 한 채 값에 달하기도 했지만 TDX-1 보급으로 유선전화 1000만 회선을 돌파하는 등 우리나라 정보통신 인프라가 빠르게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개봉한 첩보 영화 '헌트' 촬영에 실제 소품으로 쓰인 '인쇄전신기'도 전시돼 있었다.
지금은 PC와 팩스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쇄전신기는 전신국(현 우체국)에 설치돼 전보를 주고받는 용도로 사용됐다.
타자기를 치며 종이에 메시지를 인쇄할 수 있어 당시 서면 통신의 속도를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됐다. 영화 속에서 당시 통신 서비스 이용 모습을 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게 KT 측의 설명이다.
1980년 통신 불모지에서 ICT 강국으로 떠오른 우리나라 통신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1981년 12월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출발한 KT는 지금까지 TDX-1 개발, 전국 전화 1000만 회선 구축, 무선호출기, 유·무선통신, 초고속인터넷, 남북통신교류, 무궁화위성 발사 등 우리나라 통신 역사를 써 왔다.
KT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3년까지 유·무선통화로 발생한 경제적 가치는 7847조원에 달한다.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도약까지 앞으로도 써 나갈 역사는 무궁무진하다.
KT는 디지털 대전환 시기에 혁신 기술로 일상의 변화와 산업 혁신을 이끄는 트리거 역할을 한다는 각오다.
원주/글·사진=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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