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걷고 동강보며 활강..심장이 '쫄깃'

글·사진(정선)=최수문 기자 2022. 8. 1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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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산골' 강원도 정선]
해발 583m 병방치 스카이워크에 서면
물길이 휘돌며 만든 한반도 지형 한눈에
길이 1.1km·시속 120km 짚와이어 '짜릿'
동화속 풍경 같은 국내 첫 마을호텔 눈길
삼탄아트마인 등 사시사철 탐방객 반겨
정선을 찾은 방문객들이 병방치 전망대 '짚와이어'를 타고 아래로 신나게 질주하고 있다.
[서울경제]

강원도 정선은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인 두메산골 오지다. 과거에는 그랬다. 두메산골은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을 특징으로 한다. 험한 지형과 부족한 교통수단에 외지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웠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인공적인 손때를 덜 타게 한 이점도 있었다. 최근에는 오히려 날것 그대로의 자연환경 이점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관광자원을 늘려가고 있다.

정선군 정선읍 중심가에서 차로 10분 정도에 있는 북실리 소재 병방치에 올랐다. 병방치는 병방산(861m) 중턱에 있는 고갯마루다. 과거 산 아래쪽 귤암리 주민들이 정선 읍내로 가기 위해 오르던 길이었다. 지금은 거꾸로 귤암리 쪽을 바라보려는 사람들이 정선 읍내에서 찾아온다.

병방치 스카이워크에서 아이들이 동강이 만든 한반도 지형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병방치에서 내려다보면 동강 물길이 휘돌아가면서 만든 한반도 지형이 있다. 병방치의 위치가 많이 높기 때문에 한반도 지형은 더 뚜렷하게 보인다. 전망대에 서면 여기저기서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이 들린다.

병방치의 병방산 전망대는 2010년 ‘스카이워크’라는 이름으로 제작됐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8년 리모델링을 했다. 스카이워크는 해발 583m 절벽의 끝에 길이 11m의 U자형 구조물을 벼랑 밖으로 뻗게 했다. 절벽 끝에서 하늘 위 구름을 걷는 듯 짜릿하다.

이런 지형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은 아쉽다. 전망대 옆에 있는 ‘짚와이어’를 통해 동강 변으로 내려갈 수 있다. 짚와이어는 위쪽 병방치 스카이워크와 아래쪽 광하리 생태체험학습장을 연결하며 길이 1.1㎞, 최고 시속 120㎞로 활강한다. 활강하는 1분 20초 동안 동강을 나는 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물도리가 만드는 지형은 국내에도 여러 곳이 있다. 일반적으로 ‘한반도 지형’이라거나 ‘볼링핀 형상 지형’이라고 부르는 물길이다. 병방치 외에도 영월 선암마을,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 등이 전형적인 물도리 지형이다. 지질의 강도 차이로 약한 쪽으로 물길이 휘어지는데 흐르는 물길의 바깥쪽은 침식력이 강하고 반대로 안쪽은 퇴적이 이뤄지면서 이런 한반도 지형이 생긴다.

다만 스카이워크와 짚와이어가 있는 것은 병방치뿐이다. 정선의 지형이 이를 허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 관광객이 고한읍에 꾸려진 '마을호텔 18번가'의 아기자기한 장식들을 살펴보고 있다.

두메산골 정선군 고한읍에는 국내 최초인 ‘마을호텔’이 있다. 바로 고한읍 18리에 있는 ‘마을호텔 18번가’다. 마을호텔은 쉽게 말해 농촌 마을 전체가 호텔로 변신한 것이다. 앞서 2020년 5월 마을호텔 1호점이 개소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2호점이 문을 열고 운영을 시작했다.

마을을 들어서면 골목길 사이로 식물·동물들의 그림과 조각들이 눈에 띈다. 깜짝 놀랄 만큼 앙증맞은 카페들이 지나가던 손님들을 부른다. 갑자기 동화 마을로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다.

정선의 대표 산업이 광산이었던 적이 있다. 2000년대 이후 광산이 문을 닫고 적막해지던 이들 마을이 마을호텔로 리모델링했다. 정부의 공모 사업에 참여하고 주민들의 노력으로 빈집을 수리해 호텔 객실로 꾸몄으며 주민들이 쓰던 마을회관은 컨벤션홀이 됐다. 기존에 영업 중인 사진관과 이발소·카페 등은 호텔 편의시설이고 고깃집·초밥집 등의 다양한 마을 음식점은 호텔 레스토랑이다.

마을호텔 18번가 앞 '어린왕자와 여우'

일반적인 호텔이 땅에서 하늘로 뻗는 수직적 개념이라면 마을호텔은 길을 따라 수평으로 펼쳐진 호텔인 셈이다. 시설물 신축을 최대한 줄이고 기존에 영업 중인 마을 상가들을 연결해 하나의 호텔처럼 운영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마을호텔 18번가 측은 “골목길이 엘리베이터와 복도가 되는, 누워 있는 호텔을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두메산골 정선에는 화암동굴을 비롯해 삼탄아트마인, 운탄고도, 천년고찰 정암사, 정선 레일바이크, 정선5일장 등이 있어 사시사철 탐방객들을 반긴다. 화암동굴은 1800m의 길이에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수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동굴 곳곳에서 각종 종유석·석순 등 석회석 생성물을 접할 수 있다. 또 삼탄아트마인은 폐광된 삼척탄좌에 남겨진 흔적들을 이용해 문화예술단지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운탄고도는 과거 정선에서 생산된 석탄을 운반하던 산악 길로, ‘하늘 위 트레킹 코스’로도 불린다.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관광열차 ‘정선아리랑열차’ 운행이 올 6월부터 재개됐다. 정선아리랑열차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정선5일장이 열리는 날(2·7일)에 서울 청량리역과 정선 아우라지역을 하루 한 차례 왕복 운행한다.

글·사진(정선)=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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