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경제 비전이 필요한 이유

이부형 입력 2022. 8. 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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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우리 경제는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지며 위기설이 만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장기화, 국제 상품 가격 급등, 불안한 공급망,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주요국 통화 긴축 가속화 등 대외 리스크가 산적해 있으니 위기의식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경제 전반의 물가 충격 방어, 내수 침체와 경제 기반 붕괴 예방을 위한 취약계층 보호 중심의 재정 투입 등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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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코로나19 이후 우리 경제는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지며 위기설이 만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장기화, 국제 상품 가격 급등, 불안한 공급망,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주요국 통화 긴축 가속화 등 대외 리스크가 산적해 있으니 위기의식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대내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세, 코로나19 재확산 등 내수 경기에 부담을 주는 리스크가 산재해 있고 외환 및 금융 시장 역시 불안정한 상황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런 위기설이 너무 과장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정의처럼 당장은 우리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해 경기 후퇴(recession)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불황(depression)에 직면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엄청난 마이너스 성장으로 큰 후유증이 염려되는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단기적인 경기 둔화는 피할 수 없고 경기 회복에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 경제가 위기라는 과한 평가는 진단이 그럴싸해 보인다.

다만, 최근 확산하고 있는 위기설의 배경에는 당면한 대내외 리스크로 인한 영향보다는 대내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당장 거시경제 안정화 기능을 담당하는 통화 및 재정 정책이 그런데, 전자는 딜레마에 빠졌고, 후자는 정책 목표가 매우 불투명해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나 우리 경제가 위기 극복은 물론 지속 성장이 가능할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통화 정책의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과 이로 인한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내 통화 및 금융 시장의 불안정을 예방함과 동시에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정도가 지나치면 금융과 실물 경기를 동시에 침체시켜 우리 경제를 복합 불황의 늪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 불리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큰 충격을 줘 버블붕괴로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 

재정 정책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로,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경제 전반의 물가 충격 방어, 내수 침체와 경제 기반 붕괴 예방을 위한 취약계층 보호 중심의 재정 투입 등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이와 같은 총수요 관리 중심의 단기 대책만으로는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의 강건성을 유지하면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다시 말해 경제 사회 전반의 생산성 제고, 저출산·고령화 대책 강화 등을 통한 노동 인구의 공급 확대 등으로 잠재성장률을 확충해 나가는 공급 측면에서 대책이 보완되지 않으면 단기적인 총수요 관리 대책도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대책들은 끊임없는 미세조정과 더불어 재정 등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과 방법 등도 중장기적으로 보장돼야 성공을 약속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식량과 에너지 등의 각종 자원, 첨단기술과 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의 안보화와 진영화가 진전되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은 꼭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 경제가 진짜 위기에 봉착하기 전에 적어도 중기 경제 비전이라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아무쪼록 눈앞의 리스크에 매몰돼 우리 경제의 방향성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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