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아이콘' 빌리 아일리시..태극기 들고, 2만 관객과 떼창

고경석 2022. 8. 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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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서 4년 만의 내한공연 열어
BTS 제이홉·RM, '오징어게임' 정호연도 관람
1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빌리 아일리시가 두 번째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4년 전 첫 한국 공연이 열렸던 게 바로 오늘이었어요. 이런 돔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건 처음인데, 저를 다시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모든 걱정을 떨쳐버리고 미친 듯이 소리지르며 춤추고 뛰어요!”

세계적인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21)의 쾌활한 인사에 2만여 관객이 함성을 질렀다. 2018년 첫 내한공연 때만 해도 막 떠오르는 루키였던 그는 4년 만에 2만 관객을 휘어잡는 거물급 스타로 변신해 있었다. 그사이 그래미 시상식에서 7개의 트로피를 받았고, 소셜미디어 팔로어는 1억 명이 넘었다. 객석의 대다수를 차지한 젊은 관객들은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의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른 아일리시의 노래 하나하나에 뜨겁게 호응했다. 방탄소년단의 RM과 제이홉, ‘오징어게임’의 정호연도 이날 공연장을 찾아 아일리시의 공연을 즐겼다.

1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26 빌리 아일리시’ 공연이 열렸다. 지난해 5월 발표한 정규 2집 ‘해피어 댄 에버(Happier Than Ever)’ 월드 투어의 여정 중 하나였다. 아일리시의 내한공연은 당초 2년 전 기획됐으나 코로나19로 연기된 뒤 이번 월드투어에 맞춰 성사됐다. 팬데믹 이후 첫 슈퍼스타의 내한공연이어서인지 공연장 주변은 콘서트 시작 2시간여 전부터 관객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연휴 귀성 행렬과 맞물려 고척스카이돔 인근 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관객 입장이 늦어지면서 공연도 20분쯤 지연된 뒤 시작했다.

화려한 조명과 둔탁한 드럼 연주에 맞춰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아일리시가 무대에 오르자 2만여 관객은 뜨거운 함성으로 돔경기장을 들썩이게 했다. 드럼 리듬에 맞춰 쿵쿵 뛰며 분위기를 띄운 그는 “어서 일어나라”며 관객을 일으켜 세우고 박수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객과 소통했다. 첫 곡은 정규 1집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2019) 수록곡인 ‘Bury a Friend’. ‘친구를 묻어버려 / 날 끝내버리고 싶어’라는 살벌한 내용이 이어지는 곡이지만 아일리시도 팬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방 뛰며 노래했다.

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가 1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6 빌리 아일리시'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대규모 공연장답지 않게 밴드는 단출했다. 무대에 오른 이는 아일리시와 기타, 키보드를 연주한 친오빠 피니어스 오코넬 그리고 드럼 연주자까지 단 세 명뿐. 그런데도 빈틈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꽉 찬 소리가 공연장을 채웠다. 아일리시는 기타를 든 피니어스 오코넬과 최근 발표한 신곡 'The 30th'의 어쿠스틱 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오코넬을 가리켜 “나의 오빠이자 친구이며 음악적 파트너이고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면서 “나를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고 했다.

2014년 오빠와 만든 ‘Ocean Eyes’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데뷔한 아일리시의 음악은 종종 베드룸팝이라는 장르로 분류된다. 침실에서 혼자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기타로 만든 듯한 음악을 말한다. 아일리시는 종종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 속에서 우울과 불안에 대해 중얼거리듯 노래한다. 대규모 스타디움 공연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장르이지만 그는 활기 가득한 미소와 몸짓으로 무대를 휘저으며 2만 관객을 열광케 했다. 마지막 곡을 앞두고 최고 히트곡인 ‘Bad Guy’를 부를 땐 관객들을 뛰고 노래하게 하며 공연장 내 에너지를 최고 수위로 끌어올렸다.

80분간 우울과 열정, 불안과 확신 사이를 오가며 22곡을 소화한 그는 자신이 왜 지금 Z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팝스타인지 증명했다. 이날 공연 티켓은 지난달 5, 6일 예매 시작 20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됐다. 공연 중 환경 문제를 언급하기도 한 그는 공연 티켓 한 장당 1달러를 환경단체 리버브에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빌리 아일리시의 두 번째 내한 공연. 현대카드 제공

아일리시는 공연 내내 “정말 정말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고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한국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4년 전 내한공연에서처럼 무대 앞 관객이 건넨 태극기를 걸치고 공연을 이어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모든 공연이 끝난 뒤에도 태극기를 활짝 펼쳐 보이면서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북미와 유럽 지역 투어에 이어 13일 필리핀 마닐라를 거쳐 서울 공연을 마친 아일리시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태국 방콕, 일본 도쿄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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