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생산기지는 옛말" 첨단산업 경쟁자된 한중관계

손일선,이유섭,이승훈 2022. 8. 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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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 휩쓰는 中
배터리·디스플레이 강자로
CATL, 10조원 들여 유럽공장
'만리장성' 못 넘은 韓
중국기업 추격에 현지서 고전
LG전자 中사업장 잇단 철수

◆ 한중수교 30주년 ① ◆

1995년 경기도 기흥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찾은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앞줄 오른쪽)이 공장 시찰에 앞서 `삼성전자가 한중 경제협력에 공헌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휘호를 쓰는 모습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앞줄 왼쪽)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 = e영상역사관]
중국 최대 조선업체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은 2016년부터 조선소 현대화에 나서 지금까지 산하 조선소 10여 곳의 설계부터 생산 단계까지 디지털화를 마쳤다. 특히 CSSC 장난 조선소의 경우 불량률과 드라이 도크 건조 기간을 60% 이상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2030년을 목표로 지능형 조선소 구축을 추진 중인 세계 1위 현대중공업보다 앞선 행보다.

최근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CATL은 헝가리에 73억유로(약 9조7700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올해 말 가동 예정인 독일 공장에 이은 두 번째 유럽 생산거점으로 이르면 2027년 말 가동될 예정이다. 규모는 무려 100기가와트시(GWh)에 달한다. 헝가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 기업 투자다. 헝가리에 먼저 진출한 삼성SDI·SK온의 현지 생산능력은 각각 37GWh(2022년), 30GWh(2024년) 수준이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2022년의 중국은 1992년과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세계 최대의 제조 강국으로 탈바꿈했다.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한중 간 경쟁이 심화됐고, 일부 주력 산업군에서는 역전까지 허용한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BEV)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9.5%포인트 오른 13.7%에 달한 반면에 한국은 0.8%포인트 감소한 9.5%에 그쳤다. 유럽연합(EU) 시장 공략에 성공한 중국은 단숨에 세계 3위로 뛰어올랐고, 한국은 4위에 그치며 중국에 첫 역전을 허용했다.

디스플레이도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강 자리에 오른 지 17년 만이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매출 기준으로 중국이 41.5%를 기록하며 33.2%에 그친 한국을 따돌리고 1위에 등극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중국이 연간 시장 점유율에서 한국을 앞선 것은 처음이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중국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이 2020년 38.4%에서 2021년 48.7%로 10.3%포인트나 뛴 것이다. 같은 기간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점유율은 34.7%에서 30.4%로 줄었다.

세계 선박 시장에서도 한중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를 앞세운 한국이 994만CGT(46%)로 중국의 926만CGT(43%)에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폭증하는 컨테이너선 발주량에 힘입어 중국(2286만CGT·49%)이 한국(1744만CGT·37%)을 누른 바 있다. 전보희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 산업이 질적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반도체·석유화학·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한국도 핵심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세제·인프라스트럭처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LG전자는 2020년 중국 톈진, 쿤산, 선양 3곳의 사업장을 닫았다.

반도체 업계도 답답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다롄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두고 있다. 이들 공장 생산품의 대부분은 중국 내수용으로 판매된다. 이들 회사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공정 개선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 장비 등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적기에 공정을 고도화하는 것이 현재 어려워졌다. 특히 SK하이닉스의 D램 공장은 미세공정을 위해서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이 제작한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첨단 EUV 장비의 중국 내 반입을 막은 상황이고, 이러한 조치가 언제 풀릴지 모르기 때문에 SK하이닉스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도 추가적인 투자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당초 건설 용지는 3공장까지 계획돼 시작됐지만 미·중 반도체 패권 싸움이 격화되고 있어 투자보다는 현상 유지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황이다. 2016년 7.35%까지 올라섰던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7%로 추락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기업들이 중국 진출·대응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영화 베이징한국창업원 원장은 "중국 시장을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삼성이 스마트폰과 가전은 대부분 접고 반도체에 집중하는 것도 달라진 중국 시장 환경에 적응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홍창표 KOTRA 중국 본부장도 "중국 시장 변화에 따른 맞춤형 진출 방안 수립이 중요하다"며 "MZ세대 등 중국 주요 소비층의 변화를 이해하고 중국 디지털 경제의 트렌드를 관찰하고 대응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서울 = 이유섭 기자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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