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목 조르고 옥상선 방화 협박..강남 한가운데서 일어난 일

송경은,박나은 2022. 8. 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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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막았던 화물연대
이번엔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
경비원 목조르고 구석에 몰아
조합원, 출입구 로비서 농성
손해배상 철회·복직 등 요구
옥상으로 올라간 일부 조합원
경찰 진입땐 극단적 선택 예고
사측 "영업방해 불법 행위"
경찰에 퇴거등 공권력 요청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에 진입해 옥상과 로비를 점거하고 시위에 들어갔다. 원안은 화물연대 한 조합원이 회사 경비원의 목을 붙잡아 제압하는 모습.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CCTV]
이천, 청주, 강원 등 하이트진로 공장 세 곳을 차례로 막고 수개월 동안 시위를 벌여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가 16일 이번에는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를 기습 점거하고 불법 농성에 돌입했다.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부 조합원이 인화 물질인 시너를 들고 옥상에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예고하면서 서울 강남소방서가 이에 대비해 건물 앞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구급차를 포함한 소방차 4대를 동원하는 등 긴장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경찰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화물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연대 조합원 7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 로비와 출입구, 옥상 등에서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옥상에 있는 노조원 10여 명 중 일부는 시너를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하이트진로 측에 손해배상 소송·업무방해 가처분 신청 철회, 해고 조합원 복직,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6시 10분 1층 로비에서 경비원 3명을 제압하는 등 보안시스템을 뚫고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 안으로 기습 진입했다. 로비에 설치돼 있던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조합원들이 진입을 제지하려던 경비원의 목을 붙잡고 구석으로 몰아 제압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70여 명이 한꺼번에 건물 안으로 몰려 들어왔다.

화물연대 측이 본사 1층 출입구와 로비를 점거하면서 이날 오전 하이트진로 본사 직원 250여 명은 사무실로 출근하지 못한 채 건물 앞에서 수십 분씩 대기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경찰 통제로 오전 9시부터는 출입이 원활해진 상태지만 소음 등으로 직원들이 정상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점심시간에도 일부 직원만 외부로 나가 김밥과 같은 간편식을 사오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후까지 점거 농성은 계속됐다. 경찰은 충돌 상황에 대비해 300명가량을 투입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본사 점거 시위에 대해 명백한 불법 영업방해인 만큼 경찰이 즉각적인 퇴거명령 등 공권력을 적극 행사해줄 것으로 요청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의 갈등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점점 격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화물운송을 담당하는 전체 화물차주 중 30%에 해당하는 130여 명의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는 지난 3월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에 가입한 이후 줄곧 파업 집회를 벌여왔다. 이들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화물연대가 정부에 요구한 사안과 별개로 기름값 급등에 따른 운송료 인상, 공병 운임 인상, 차량 광고비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요구와 관련해 하이트진로는 직접 대응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위탁 물류회사와 차주 간 계약에서 비롯된 문제로, 원사업자와 수급자 간 계약과 협의 과정에 개입할 경우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등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며 "운송료도 운송사 측에 유가연동제로 지불하고 있어 유류비 인상분은 이미 운송료에 반영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강원공장에서 경찰에 저항하던 조합원 5명이 하이트교 아래로 뛰어내렸다가 7분 만에 119 수상구조대에 의해 구조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날 밤에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경찰 인력이 대거 투입돼 노조를 해산시켰다. 수개월간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강원 공장에서 이어진 화물연대의 농성으로 인해 주류 수송에 실제 추가로 들어간 비용만 50억원이 넘고 영업손실과 생산 차질 같은 비용까지 합하면 피해 규모가 100억원대를 넘는다는 게 하이트진로 측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6월 불법 농성 적극 가담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경찰은 강원공장에서 차량 통행로를 점거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화물연대 간부 4명에 대해 지난 7일 구속영장을 신청해 조합원 간부 2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송경은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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