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 앱 캐시워크에 넛지이론 접목..금전보상으로 질병 예방하죠"

김동현 기자 2022. 8. 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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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나승균 넛지헬스케어 대표
스스로 걷게끔 만드는 동기부여에 초점
한달이면 커피 한잔 값 현금 전환 가능
서비스 초기부터 탄탄한 재무구조 구축
외부투자 없이 작년 매출 569억 수직상승
입소문 타고 누적 다운로드 1800만건
기업·지자체 건강챌린지 관리 '팀워크'
멘탈 케어 '마음챙김' 등 서비스 확장
해외도 진출..상반기 美매출 3400%↑
현지화 앞세워 유럽·일본 공략 준비도
서울 강남구 넛지헬스케어에서 나승균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서울경제]

“넛지헬스케어의 캐시워크는 동기를 부여해 사람들을 걷게 합니다. 걸음마다 작은 보상을 제공하며 사람들의 걷기 활동을 촉진시켜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서울경제가 16일 만난 나승균 넛지헬스케어 대표는 “금전적인 보상으로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넛지헬스케어의 대표 서비스이자 초기 사명이기도 한 캐시워크는 걷기만 하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돈 버는 만보기’ 애플리케이션이다. 국내 최초로 만보기를 스마트폰 잠금 화면에 도입한 캐시워크는 앱을 켜놓고 걸어 다니기만 해도 한 달이면 커피 한잔을 공짜로 마실 수 있을 만큼의 돈을 고객에게 지급한다. 나 대표는 “동기부여를 활용해 걷기의 습관화를 촉진한다는 캐시워크만의 장점이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지면서 건강관리 앱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나 대표가 2016년 설립한 넛지헬스케어는 캐시워크를 필두로 한 ‘헬시테크 플랫폼'을 지향한다. ‘금전적 보상과 촉진 네트워크로 동기를 부여해 만성질환을 관리 및 예방할 수 있게 돕는다’는 회사의 미션에 부합하는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누적 걸음 수만큼 보상을 얻을 뿐 아니라 18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들이 가족이나 지인 간에 서로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격려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도 제공한다.

나 대표가 강조하는 캐시워크의 핵심 경쟁력은 ‘넛지’다.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뜻을 지닌 영단어로서 유연한 자극으로 상대방을 긍정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유도한다는 행동경제학 분야의 전문용어다. 나 대표는 “행동경제학의 넛지 이론을 기반으로 사람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동기를 부여해 점진적인 생활 습관을 개선해나가는 게 바로 넛지헬스케어가 추구하는 기본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캐시워크는 특이하게도 연예인들이 즐겨 사용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큰돈을 들여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일부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캐시워크 관련 사진을 업로드하면서 소비자들의 주목도가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가수 지연은 라이브 방송에서 팬들에게 캐시워크를 소개했고 가수 유노윤호도 공항에서 캐시워크를 쓰는 장면이 사진에 찍히기도 했다.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캐시워크를 사용했다. 나 대표는 “박정신 공동대표와 한상범 개발이사를 비롯한 5명 남짓의 소수 인원으로 안드로이드용 캐시워크를 처음 출시했다”며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캐시워크가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고 이어 부모님들 사이에서도 캐시워크가 주목을 받아 사용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캐시워크의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매출도 수직 상승했다. 2020년 연 매출 약 328억 원을 기록한 넛지헬스케어는 지난해 연 매출이 569억 원으로 1년 만에 무려 74%나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20년 33억 원에서 지난해 94억 원으로 179%라는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넛지헬스케어는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에 이미 2020년 전체 매출을 뛰어넘는 36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51억 원을 달성했다.

이처럼 금전적 보상으로 건강관리를 도우면서 유의미한 실적을 내는 앱은 현재 캐시워크가 유일하다. 나 대표는 “유사한 서비스가 여럿 등장했지만 대부분 1~2년이 지나며 재원이 바닥나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인앱 광고 위주로 수익을 창출하는 넛지헬스케어는 손익분기점을 잘 맞춰 고객들에게 안정적으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나 대표는 창업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외부 투자를 유치한 적이 없다. 투자 유치 없이도 원활한 기업 운영이 가능한 내실 있는 재무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투자를 받지 않겠다고 마음먹지는 않았고 좋은 투자 제안도 많이 들어왔다”면서 “다만 서비스 출시 초기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집중되면서 꾸준히 제품 고도화에 온 힘을 다했고 자연스레 수익도 발생하기 시작해 투자를 받지 않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시워크로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한 나 대표는 올해 4월 ‘팀워크’라는 기업간거래(B2B) 건강관리 서비스도 출시했다. 팀워크는 지자체나 기업에서 운영하는 건강관리 사업의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캐시워크 앱 내에 마련된 팀워크 탭에서 채널을 열어 단체 운동부터 지역 홍보에 이르기까지 목적에 맞는 각종 챌린지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걸음 수와 위치 정보에 따른 팀·개인별 건강 데이터를 손쉽게 관리할 수도 있다.

나 대표는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소비자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 관련 캠페인을 벌이려는 수요가 많다”면서 “샤워기 전문 기업 세비앙과 걷기 챌린지를 열어 목표 걸음 수를 달성하면 선물을 주기도 했고 패션지 마리끌레르와는 사진전을 방문하면 보상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기업들뿐 아니라 여러 지자체들과도 협업을 확대해 팀워크 내에서 지역 주민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건강관리를 도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넛지헬스케어에서 나승균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다이어트 습관 형성 앱 지니어트도 운영하고 있다. 넛지이론을 바탕으로 동기를 부여해 건강 활동을 촉진한다는 기본 구조는 캐시워크와 동일하다. 다만 캐시워크가 걷기 활동을 촉진한다면 지니어트는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뛰어들 수 있도록 돕는다. 하루 걸음 수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각종 식단과 체중, 인바디와 물 섭취량을 비롯한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나 대표는 “만성질환의 치료 결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바로 체중 조절”이라면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한다면 지속적으로 체중과 식단, 운동 여부를 기록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겠다고 판단해 지니어트 서비스를 내놓았다”고 지니어트 출시 배경을 밝혔다. 식단 관리 외에도 여성 사용자들의 경우 체중 조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리 주기를 기록할 수도 있다.

저탄수화물 식단인 키토제닉 전문 브랜드 ‘키토선생’도 출시했다. 저당 두유와 프로틴 볼, 닭가슴살 큐브를 비롯한 다양한 건강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나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풍이 분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적용해 다양한 건강식품을 선보였다”며 “밀가루나 설탕이 들어 있지 않지만 맛이 좋고 꾸준히 섭취할 경우 만성질환 극복과 다이어트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에는 ‘마음챙김’이라는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도 선보였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코로나19 이후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점에 착안했다. 나 대표는 “정신 건강 관리의 필요성을 실감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마음챙김이 출시 4개월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 수 170만 명을 기록했다”면서 “걷기 운동의 습관화로 이름을 알린 캐시워크가 이제는 정신 건강 관리에 적합한 디지털 치료제로서 소비자들에게 새로 인정을 받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마음챙김에서는 넛지헬스케어가 자체 제작한 총 55개의 오디오 콘텐츠를 무료로 청취할 수 있다. 매주 자신의 감정 상태를 기록해 현재의 마음 관리에 적합한 콘텐츠에 대한 큐레이션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백그라운드 재생도 가능해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운동이나 명상 중 콘텐츠를 청취할 수 있다. 나 대표는 “현직에 있는 정신과 전문의들의 자문을 기반으로 만든 고품질의 ASMR과 클래식, 수면 음악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미국 텍사스주에 법인을 설립한 나 대표는 2020년 12월 미국 구글플레이에서 캐시워크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미국 현지 사정에 맞는 서비스 최적화 기간을 거친 넛지헬스케어는 올 상반기 미국 캐시워크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400%나 증가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나 대표는 미국을 시작으로 향후 유럽과 일본까지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미국은 본래 건강 관리에 중점을 두는 소비자나 관련 서비스가 넘쳐 나는 시장인데 한국에서 온 스타트업이 미국인들의 건강을 관리해준다는 게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금전적 보상과 촉진 네트워크를 통한 건강 관리에 성공한 기업이 넛지헬스케어를 제외하면 미국이나 유럽·중국·일본 어느 곳에서도 아직 없어 앞으로 계속 새로운 시도를 잘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 대표의 최종 목표는 캐시워크를 ‘슈퍼헬스케어 앱’으로 고도화하는 것이다. 그는 “지니어트와 팀워크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장한 데는 다양한 건강 관리 기능을 모두 갖춘 슈퍼헬스케어 앱으로 거듭나겠다는 포석이 있었다”며 “최근 출시한 서비스가 많은 만큼 최적화에도 공을 들이는 한편 사람들이 일상에서 건강한 습관을 형성하고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서비스로 온전히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He is···

△1977년 서울 △서울 현대고 △울산대 의대 △2006년 서울아산병원 근무(예방의학·의료관리학 전공) △2016년 캐시워크 창업 △2021년 넛지헬스케어로 사명 변경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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