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대추 화장실' 아시나요..낭비 비판에도 또 나올라
지자체는 단기 전시행정 치중
기존 지역활성화 사업과 겹쳐
소멸 위기 지방 지원할 땐
대도시와 연계한 사업 필요
10년 이상 장기 청사진 시급
◆ 커지는 지방소멸 위기 ③ ◆
현재 122개 대상 지자체가 제출한 투자계획은 올해 총 811건, 내년 880건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투자계획 중 각각 28%, 26%가 산책로·캠핑장 개발, 예술·공연·여행 같은 문화·관광 사업이다. 청년층 창·취업을 돕는 프로그램과 기업 유치를 위한 산업 생태계 조성 사업이 각각 23%, 25%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매 회계연도 성과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이듬해 기금 배분에 반영하도록 규정한다. 또 10년 한시 일몰 사업이라는 점에서 지자체들이 장기 지역경제 활성화를 설계하고 기금을 신청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정부 예산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평가·배분을 행안부가 사실상 독점하면서 중앙정부 내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기존 지역상생발전기금의 판박이라는 지적도 많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받은 지역 사업 사례로 △랜드마크 활성화 △환경·문화 콘텐츠 △청춘거리 조성 △영화 촬영지 중심 관광지 조성 △외지 청년과 현지 청년 간 교류 사업 등을 꼽았다. 이미 상당수는 지자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청년인구 정착 명목으로 해왔던 사업이다.
여기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은 법으로 75%를 기초지자체에, 25%를 광역지자체에 지원하도록 규정한다. 또 기초지자체 지원액 중 95%는 인구감소지역에 쓰도록 돼 있다. 인구감소지역은 부산 영도구 등을 제외하면 강원 고성·횡성군, 전남 신안·장흥군, 경북 군위·고령군 등 산업 중심지로 거듭나기 어려운 농어촌·도서 지역이 대다수다. 선순환 경제 구조를 안착시킬 수 있는 광역지자체나 광역지자체 인근 지역보다 투자 효율이 낮은 곳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방소멸위기 대응에 대한 최근 연구에서 "주변 (거점 지역의) 산업 특성을 반영해 인구감소지역을 초광역권과 연계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년 투입되는 기금을 지역별로 쪼개보면 매우 작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행안부는 올해분 기금 기준으로 인구감소지역 한 곳당 평균 60억원, 관심지역은 평균 15억6000만원씩 돌아갈 것으로 추산한다. 총 사업계획 수(811개)를 감안하면 한 개 사업에 수억~십수억 원이 투입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받는 지자체는 주요 재원인 중앙정부 보통교부세 산정에서 역차별을 당할 수도 있다. 보통교부세는 지자체별 재정수입과 재정소요 간 차액을 계산해 산정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받으면 재정수입이 늘어난 것으로 간주돼 보통교부세가 그만큼 감소한다. 지자체로선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특별히 신청해야 할 동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전시행정 예산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10년 이상 장기 관점의 청사진이 시급하다는 조언이 많다. 예산당국과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지자체 자체 재원을 합쳐 규모를 키우고 산업 거점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허문구 산업연구원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장은 "지역경제 선순환을 위한 단계적 가이드라인을 지자체에 제공하는 게 좋다"며 "1단계는 혁신 활동을 위한 인재 양성 등의 사업, 2단계는 산업구조 고도화, 3단계는 기업 유치처럼 단계별 중점 사업 등 가이드라인을 미리 안내하고 각 지자체가 이에 맞춰 기획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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