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스님, 1인 시위 폭행에 참회문..노조 "꼬리 자르기"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앞에서 스님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조계종 노조원이 바닥에 넘어져 있다. 뉴스1

지오 스님, 조계종 노조원 폭행 사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자승 전 총무원장이 개입했다고 주장한 조계종 노조원을 폭행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봉은사 기획국장 지오 스님이 16일 봉은사를 통해 참회문을 발표했다. 폭행을 당한 노조원 A씨가 소속된 전국민주연합노조 조계종 지부 측에서는 조직적 폭행을 개인적 문제로 축소하는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봉은사는 이날 “조계종 종무원의 1인 시위 과정에서 당해 사찰 소속 교역직 종무원이 연루된 물리적 행위에 대해 국민과 사부대중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면서 계율을 어기고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지오 스님에 대해 후속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지오 스님은 봉은사를 통해 배포한 참회문에서 “조계종지부 기획홍보부장의 신체에 물리적으로 위해를 가했던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스님과 불자, 국민과 사회에 참회했다. 지오 스님은 “출가수행자로서 결단코 해서는 안 되는 언행이기에 제 아무리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하더라도 두고두고 사죄와 참회가 마땅한 과실”이라면서 “엄한 책임에 따를 것이며 앞으로 자숙과 큰 경책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노조 측에 따르면 A씨는 14일 오전 10시부터 자승 전 총무원장이 회주로 있는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려다가 지오 스님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스님 한 사람이 인분으로 추정되는 오물을 양동이에 담아와 A씨에게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승 전 총무원장이 현재 진행 중인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중단하고 봉은사와 동국대에서 맡고 있는 직책에서 퇴진할 것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해왔다. 현장에는 강남경찰서 경찰관도 여러 명 있었지만 폭행을 제지하지 못 했으며 지오 스님은 경찰 조사에서 쌍방 폭행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자승 전 총무원장을 지지하는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폭행을 모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참회문에 대해 “쌍방 폭행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내놓은 참회문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조직적 폭행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꼬리 자르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 봉은사 측은 자승 전 총무원장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을 참지 못하고 지오 스님 개인이 폭행을 저질렀다는 입장이다. 주변에 스님 5, 6명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봉은사 측은 “봉은사 소속 스님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오물이라는 것도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며 “봉은사에서 연꽃축제가 벌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주려던 거름과 같은 물을 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