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석열 정부 '시행령 통치' 이끌 대통령실 TF 운영 의혹.."검찰 출신 주진우 비서관 주도"

유경선 기자 2022. 8. 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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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 법조인 출신 10여명으로 구성
"미국 백악관 법률고문 제도 참고"
전문가들 "법률 무시는 행정 독재"
대통령실 "TF 존재하지 않아" 부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하루 앞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이 시행령 개정 등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과 한계를 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미국 백악관의 법률고문 제도를 참고해 만든 TF에 변호사 등 10여명의 법조인 출신이 소속돼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시행령 통치’를 국정운영의 틀로 삼고 이를 뒷받침할 조직까지 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TF는 주진우 법률비서관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주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초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구속시킨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에서 부장검사를 지냈다. 이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나자 검찰을 떠났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도 가까운 주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 핵심 참모로 발탁됐다.

TF는 윤 대통령의 직무 범위와 한계를 점검하는 기능을 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현행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TF에는 10여명의 법조인 출신이 소속돼 있다고 한다. TF 운영은 윤 대통령의 시행령 활용과도 관련이 깊다고 정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윤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의 법률고문 제도를 참고해 TF 구성을 승인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주 비서관은 대통령실 안팎에서 ‘왕 비서관’으로 통한다고 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비서관 중 쓸 만한 사람이 주진우 하나’라고 얘기했을 정도로 신임이 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도 “주 비서관의 처신이 신중한 편이라 크게 소문이 나지 않았을뿐 실세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주 비서관은 대통령실 별도 TF의 존재와 그의 역할에 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개별 응답이 어렵다’고 했다.

주 비서관이 이끄는 TF의 업무량이 늘자 윤 대통령이 법제처에 유사 조직을 만들어 잔여 업무를 처리하도록 지시했다는 말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이완규 법제처장은 통화에서 “법제처 내에 특별히 그런 기구를 만들 필요가 없다”며 “대통령령이나 부령 등 하위법령이 법률 위임 범위 안인지 심사하는 건 원래 법제처의 업무”라고 말했다. 법제처는 경찰국 신설 등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주요 이슈 때마다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법리검토 결과를 내놓은 터다. 이 법제처장도 윤 대통령의 측근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법률, 시행령, 부령 순서의 법률상 위계는 명확하다. 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시행령은 분명한 법률 위반”이라며 “국회의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나가는 건 행정권력의 독재”라고 말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부가 입법부를 무시하는 것은 결국 국민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발전 측면에서도 옳지 못하다”고 했다.

‘시행령 통치’가 의회정치를 무력화하고 대화와 타협을 실종시켜 정부·여당과 야당 간 대치를 가파르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고 협치를 하겠다던 윤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우회하고 있다”며 “여소야대라는 이유로 행정부가 국회를 설득할 책임을 포기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런 TF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시행령 통치’를 위한 어떠한 사항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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