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장 빠진 '담대한 구상', 발표 다음날 한·미훈련 돌입..북한 호응 가능성 희박

박광연 기자 입력 2022. 8. 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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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담대한 구상’을 수용하라고 북한에 촉구하고 나섰다. 담대한 구상에 체제 안전보장 방안이 빠져있을 뿐더러, 발표 다음날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한·미 연합연습에 돌입하면서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전날 내놓은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우리 정부의 진정성 있는 제의에 북한이 호응할 것을 촉구하며 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현재 관영매체와 대외선전매체 등을 통해 담대한 구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담대한 구상엔 비핵화 단계별로 북한에 식량 공급·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경제적 유인책만 담겼고, 북한이 핵보유 명분으로 삼아 강하게 요구해온 군사적 안전보장 방안은 빠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담대한 구상 제안 다음날 한국과 미국이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실시될 UFS 연합훈련 사전 연습에 돌입한 상황은 북한의 반발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전승절 기념 연설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우리 국가의 안전을 엄중히 위협한다”고 비난하며 ‘강 대 강’ 대결 구도를 천명한 상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제발 하지 말라는 게 (북한의) 북핵 협상 전제조건인데, 그걸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간대에 해놓은 제안에 (북한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적다”며 “(담대한 구상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북한은 한·미가 수용하기 힘든 연합훈련 영구 중단을 요구해왔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연합훈련 실시 자체가 변수는 아니다”라며 “정부가 북한이 요구하는 조건을 맞출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담대한 구상과 한·미 연합연습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미 연합연습은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방어적 성격의 연습”이라며 “따라서 북한은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는 우리의 담대한 구상 제안에 호응해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담대한 구상에 안전보장 방안이 담기지 않은 데 대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에 따른 경제협력 방안을 우선해서 발표한 것”이라며 “정치·군사 등 상응 조치도 포괄적으로 마련돼있고 발표를 안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한의 호응 여부에 개의치 않고 당분간 담대한 구상을 가다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북한에 (접촉을) 제의할지는 앞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을 봐가며 검토해 나가겠다”며 “(담대한 구상) 6개 프로그램의 세부 계획을 만들어가는 작업들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빠른 속도로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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