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치료 '게임체인저' 노리는 로봇공학자
손수술보다 안전·정확성 높인
뇌혈관 뚫는 소프트 로봇 개발
전세계 35명 혁신가에 포함돼
FDA 승인까지 3년 정도 예상
미국서 스타트업 창업 준비
'젊은 혁신가'로 미국 학계에서 주목받는 로봇 공학자 김윤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사진)는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김 박사는 최근 세계적 테크 매체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하는 글로벌 '35세 미만 젊은 혁신가(IU35)' 수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그는 기존 뇌졸중 치료 방식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원격 조정 로봇 시스템을 개발해 학계는 물론 현지 정보기술(IT) 업계와 바이오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의사들은 통상적으로 뇌졸중 환자의 막힌 뇌혈관을 뚫기 위해 직접 손으로 의료용 '가이드 와이어(guide wire)'를 사용한다. 하지만 좁고 복잡한 뇌혈관 조직 속에서 이같이 수동으로 강선을 조작하는 방식은 혈관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김 박사가 개발한 의료용 소프트(연성) 로봇은 자기장으로 제어가 가능한 와이어 형태로, 안전성과 정확성을 크게 개선해 뇌졸중과 동맥류 치료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혈관 이상으로 인해 뇌 조직에 혈류 공급이 어려워질 때 발생하는 뇌졸중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1500만명씩 새로 생겨나고 있다"면서 "김 박사가 새로 개발한 소프트 로봇 시스템은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하버드 의대와의 협업과 동물실험을 통해 실제와 유사한 생리적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점도 입증해 머지않아 의료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지니어인 그가 의료용 기술에 주목한 이유는 학부 수업 영향이 컸다. 김 박사는 "서울대 공대 학부 재학 중 수업 프로젝트 일환으로 의사분들을 면담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뇌혈관 수술에 여러 기술적 어려움이 있고 더 나은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 박사가 소프트 로봇에 주목한 것은 의료 분야에서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부드럽고 유연한 재료를 이용하는 소프트 로봇은 신체 또는 장기와 직접적 접촉이나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는 경우 안정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의생체공학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MIT 박사과정 동안 공간적 제약과 안정성 문제로 접근이 어려웠던 영역에 소프트 로봇을 접목시키는 의료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연구 성과는 언제쯤 실제 의료 현장에 활용될 수 있을까. 김 박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는 약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실제 의사들이 새로운 뇌혈관 수술용 로봇 시스템을 도입하느냐는 실제 환자 치료에 얼마나 더 효과적인지가 중요하므로 이를 뒷받침하는 임상 데이터의 축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기술 상용화를 추진하기 위해 미국 특허청에 특허를 완료하고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 중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기술이 인류를 이롭게 한다'는 철학으로 매년 젊은 혁신가 35명에게 혁신상을 수여해왔다. 구글 설립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비롯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 맥스 레브친 페이팔 설립자, 조너선 아이브 전 애플 디자인책임자, 우언다 전 바이두 수석 과학자 등이 대표적인 수상자다. 특히 올해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 국적자가 이름을 올렸는데, 세 명이 동시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바이오테크 분야에선 김미진 슬론 케터링 암연구소 박사, 재료과학 분야에선 육현우 사나힐 공동창업자(박사)가 올해 IU35에 선정됐다.
[매사추세츠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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