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위 국방력 제조기술 시너지..K방산, 수출 26조 향해 진격
세계시장 종횡무진 韓 방위산업
1975년 첫 수출후 일취월장
독자 개발 장갑차·함정 호평
1995년 수출 1억달러 달성
최근 천궁·K9·경공격기 선전
年 55조 국방예산이 성장 발판
방산 업체들 내수 매출 확보
국내 실적 내세워 해외 마케팅
오너경영 강한 의지도 큰 영향
선진국과 기술 격차는 과제
10년 넘게 세계 10위권 맴돌아
"정부 국방 R&D 예산 확대 필요
M&A 통해 기업 덩치도 키워야"
◆ 매경 포커스 ◆
이후 1990년대 들어 독자 개발한 한국형 장갑차·군용 차량·함정 등으로 주력 수출 품목이 바뀌었고, 결국 1995년 처음으로 방산 수출 1억달러를 달성했다.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방산 육성에 돌입한 한국은 2008년 수출 10억달러를 찍고 쾌속 성장을 시작했다. 2015~2020년에 30억달러 선에 머무는 성장 정체기를 맞았으나 물밑에서 수출 확대를 위한 정지 작업은 이어졌다.
오랜 기다림의 결과는 '깜짝 실적'이었다. 지난해 방산 수출액이 70억달러를 돌파하며 처음으로 수입액을 넘어선 것이다. 심지어 올해는 불과 7개월 지난 시점에 누적 수출 규모가 19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잭팟'이 터지는 게 유력시된다. 그러면서 향후 세계 5대 방산 수출국인 미국·러시아·프랑스·독일·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폴란드에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70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 사상 최대인 약 20조원 규모의 무기 수출을 성사시켰다.
구체적 계약 이행 사항이 담긴 '실행계약(executive contract)'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표면적으로 보면 누적 방산 수출액이 25조원(약 190억달러)을 넘어선 것이다. 당초 정부와 방산업계 목표치였던 100억달러를 2배 가까이 경신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탄약 운반 장갑차, 탄약 등을 포함하면 전체 사업 규모가 4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방산업체에도 의미 있는 기록이 여럿 나왔다. K2 흑표전차를 만든 현대로템은 사실상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기를 수출하게 됐다. 전차는 현대로템의 주력 제품군이다. 1984년 K1 전차를 시작으로 1997년에 이를 개량한 K1A1 전차를 개발해 선보였다. 2008년 터키에 K2 전차 기술을 수출하는 4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긴 했지만, 초기 개발 단계에 소요되는 부품을 만들어 보낸 것이라 완제품 수출과는 거리가 있다.
또 과거 필리핀과 이라크에 FA-50을 판매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폴란드 시장을 뚫으면서 유럽·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수출 사례를 처음 만들었다. 특히 K9과 FA-50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자국 무기체계를 재점검하고 국방 예산을 늘리려는 유럽권에서 추가 수출 기회가 있을 전망이다.
KAI는 중장기적으로 폴란드 공군의 FA-50을 활용한 국제비행훈련학교 설립·운영을 추진한다. 단순 판매를 넘어 군사 협력 관계를 맺음으로써 미래 추가 수출을 노리는 것이다. 안현호 KAI 사장은 "FA-50 고객은 미래 KF-21의 잠재 고객"이라고 말했다. KF-21(보라매)은 우리나라가 최초로 자체 개발한 전투기로, 올해까지 시제기 6대가 제작될 예정이다.
이처럼 한국 방산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남북 대치 상황에서 비롯된 막대한 국방 예산과 그것이 가져다준 국방력이 바탕이 됐다.
방산업체는 국방 예산으로 구입하는 무기를 통해 고정적인 내수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한국군 실전에 운영된 기록을 수출을 위한 실적(트랙레코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 예산은 54조6112억원이다. 2000년(14조4774억원)과 비교하면 22년 새 40조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세계적으로 봐도 10위에 해당할 정도로 액수가 크다.
군사력 순위는 더 높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의 세계군사력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기준 세계 6위의 국방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지수가 처음 나온 2005년 당시 14위에 비해 무려 8계단 뛰어오른 순위다. 이는 한국 방산업체의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서 발표하는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 포함된 한화 등 한국 기업 매출 증가율도 7.2%(2002년 대비 2018년 기준)로, 러시아에 이어 2위였다.
여기에 한화와 LIG넥스원 등의 오너 경영도 방산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 수출은 계약 체결 이전에 상대국에서 기업 오너 경영자의 의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친다"며 "방위사업청 등 정부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야 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방산에서 오너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술 측면에서는 선진국과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우리나라 국방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9위다. 2018년 당시 이탈리아와 공동 9위에서 단독 9위가 되긴 했지만, 2008년에 기록한 11위에서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정부 R&D 예산 대비 국방 R&D 예산 비중을 늘려 급변하는 국방 환경과 기술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록히드마틴·레이시온테크놀로지스·노스럽그러먼 등처럼 인수·합병(M&A)을 통해 방산 기업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작년 기준 세계 방산업체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곳은 645억달러(약 84조원)에 달하는 록히드마틴이었다. 국내 1위인 한화 방산부문은 48억달러(약 6조원)로 세계에선 30위에 그쳤다. 매출 규모가 록히드마틴의 13분의 1이다. KAI는 59위, LIG넥스원은 62위에 머물렀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세계 '톱5'를 목표로 해외 무기 수주전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전 세계 수준에 맞는 방산업체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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