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대표 내부총질' 문자,  징계받은 대표는 대통령 공격..집권 초 이런 여당 있었나[윤석열 정부 100일]

조미덥 기자 입력 2022. 8. 16. 17:04 수정 2022. 8. 16. 17: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대표·대통령 측근들 집안 싸움만 부각
'친박계 몰락' 당 현실 반영이란 분석도
여소야대 정국 속 협치 여부 최대 과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오는 7일로 집권여당이 된 지 100일을 맞는다. 국민의힘은 그 사이 이준석 대표 중징계,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 파동,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 대표의 윤 대통령 공개 저격 등 역대 정권 초 어느 여당에서도 볼 수 없었던 ‘콩가루 집안’ 양상을 보였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책임감 있는 여당의 모습과 집권 초 추진할 국정과제는 보이지 않고, 당대표와 대통령 측근들의 집안 싸움만 부각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민의힘의 100일은 지난 대선 때 애써 봉합한 여권 ‘투톱’(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갈등이 6·1 지방선거 이후 점증해 폭발하는 과정이었다. 대선 연장전으로 불린 지방선거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상대와의 싸움에 집중하느라 내부 갈등은 봉합 상태를 유지했다.

지방선거 대승 이후 외부의 적이 사라지자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이 대표와 정진석 국회부의장의 말싸움, 혁신위원회 출범을 둘러싼 최고위원회의 내 갈등,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찬 회동을 둘러싼 진실게임이 대표적이었다.

이 때만 해도 이 대표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이 대표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비난하되, 윤 대통령은 감싸는 분리 대응책을 썼다. 지난달 8일 당 윤리위원회에서 이 대표에게 성비위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당이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을 때 이 대표는 비공개로 전국의 당원들을 만나며 복귀를 노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듣던 중 “내부 총질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여당이) 달라졌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 메시지가 노출된 후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 대표에 대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공개되자 친윤계는 거침없이 이 대표 복귀를 막는 비대위 전환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가 16일 비대위원을 임명한 ‘주호영 비대위’다. 이 대표는 법원에 비대위 전환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필두로 연일 방송에 출연하며 윤 대통령을 직격하고 있다. 집권 초 여당 대표로서는 유례없는 행보다.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이는 ‘박근혜 탄핵’과 친박계 몰락으로 무주공산이 된 당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부에서 수혈돼 대권을 잡은 윤 대통령이 여당을 장악하려 하고 바른정당 출신으로 비주류였던 이 대표도 당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려 하는데, 당의 주도세력이 없다 보니 양측의 갈등이 더 증폭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 10년 넘게 일한 한 당직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고 당의 주도세력도 확고해 내부 권력 다툼이 있더라도 이렇게 당이 흔들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여당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여소야대 국회여서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지만, 여권이 전임 민주당 정부에 대한 공세를 주요 동력으로 삼으면서 협치가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도 통 큰 양보로 야당과의 협상을 이끄는 여당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윤 대통령은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검찰 수사권 부활 등 주요 정책을 시행령 개정에 의존하는 시행령 정치를 하면서 여당의 역할을 소거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연금개혁 등 정권 초에 추진해야 할 중요한 이슈가 많은데, 국회를 ‘패싱’하고 갈 수는 없다”며 “민주당에게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개혁을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