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성태 구속한 검사, 쌍방울그룹 임원으로 재직중

박창민 기자 입력 2022. 8. 16. 17:02 수정 2022. 8. 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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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수사기밀 유출로 전현직 검찰 관계자 줄구속
검사 출신들 차린 로펌에서 수사 기밀 발견..검찰-쌍방울 유착 의혹
쌍방울·김영현 측 "김성태 전 회장이 제안..적법한 절차 거쳤다"

(시사저널=박창민 기자)

최근 검찰에서 쌍방울의 '수사 기밀'이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전현직 검찰 수사관은 쌍방울 측에 수사 기밀을 넘긴 혐의로 구속까지 됐다. 수사 기밀이 유출된 이후 쌍방울그룹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성태 전 회장의 '도피성 출국' 논란도 제기되면서 '쌍방울-검찰 유착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연루된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의 수사를 주도했던 검사가 쌍방울그룹 임원에 재직중인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그 동안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됐던 쌍방울과 검찰의 유착 의혹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쌍방울그룹 사옥 ⓒ시사저널 박정훈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수사 검사 취업 확인돼 논란

현재 쌍방울 계열사 비비안에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김영현 전 부장검사가 논란의 주인공이다. 그는 2014년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이었던 김성태 전 회장을 수사한 검사였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 팀장(부부장)이었던 김 전 부장검사는 쌍방울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김성태 전 회장 등 피의자 9명을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당시 그는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기소검사 4명 중 가장 고참급 검사였다. 통상 재판은 공판검사가 전담하지만 김 전 부장검사는 증인신청도 직접 챙기며, 공소유지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김성태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면서 풀려났다.

그로부터 8년 뒤 김영현 전 부장검사는 자신이 수사했던 쌍방울그룹 임원이 됐다. 그는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이후 대검 방위사업비리합수단과 중앙지검 외사부 부장검사 등을 거쳤으며, 지난해 2월 검사 생활을 마쳤다. 김 전 부장검사는 퇴직 후 한 달 만에 쌍방울 계열사 비비안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과거 자신이 구속했던 피의자 회사에 취업한 것이다.

물론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공직자 취업심사를 거쳐 '취업 가능' 판정을 받았다. 검사 시절 수사했던 기업에 재취업해 '전관예우'를 받는 걸 방지하는 공직자윤리법(취업제한)은 검사 등 공무원에 대해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부서 및 기관 업무와 연관이 없는 곳만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전 부장검사가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건 8년 전이기 때문에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그룹 측과 김영현 전 부장검사 역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쌍방울그룹의 한 관계자는 "김성태 전 회장과 김영현 전 부장검사가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을 계기로 사외이사에 온 것은 맞다"면서 "악연으로 만났지만 김성태 전 회장이 김 전 부장검사가 퇴직한 이후 만난 걸로 알고 있다. 이때 얘기하다가 김 전 부장검사가 쌍방울그룹 사외이사직에 온 것 같다.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부장검사도 "검사를 그만두고 나서 쌍방울에 사외이사로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연락이 왔다"면서 "변호사가 된 마당에 사외이사직을 못 할 이유도 없어서 쌍방울그룹 사외이사직을 수락했다. 취업심사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최근 쌍방울 수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서도 그는 "전혀 아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전직 검사 연루 가능성 배제 못해"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 이번에 불거진 쌍방울그룹 '수사 기밀' 유출 배후에 전직 검사들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쌍방울그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현직 수사관을 수사 기밀 유출 혐의로 구속한 상태다. 특히 전·현직 검찰 수사관들이 줄줄이 사건에 연루되면서 쌍방울과 검찰 유착설이 불거지고 있는 모습이다.

쌍방울그룹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던 수원지검의 수사 기밀 자료가 이태형 전 의정부지검 차장검사와 이남석 전 대검중앙수사부 검사가 설립한 법무법인 M(엠)에서 발견됐다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두 사람은 모두 쌍방울그룹 사외이사를 지냈다. 아울러 이 전 차장검사는 이재명 의원의 변호인단으로 활동했으며, 이남석 전 검사는 최근까지 쌍방울의 법률대리를 맡아왔다.

전직 검사들도 이번 수사 기밀 유출과 연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검찰은 수원지검 수사팀 소속 A수사관(구속)이 검찰 수사관 출신 쌍방울 B임원(구속)에게 수사 기밀을 유출했으며, 이 자료가 법무법인 M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 기밀이 발견된 곳은 전직 검사의 변호사 사무실인데, 왜 검찰이 수사관들만 구속한지 모르겠다. 과연 이번 사건에 수사관만 연루돼 있을까 싶다"며 "수사관이 볼 수 있는 자료는 당연히 검사도 볼 수 있다. 수사 기밀이 전직 검사를 통해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원지검은 쌍방울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밀이 잇달아 유출된 정황을 다수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올해 6월23일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이미 쌍방울 핵심 임직원들이 회사 내 PC와 휴대전화 등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7월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무법인 M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진행했는데, 이곳의 PC 등에서도 포맷한 흔적이 나왔다고 한다. 심지어 김성태 전 회장은 수사기밀 유출 직후인 5월 말 해외로 출국해 현재까지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김영현 전 부장검사(당시 증권범죄 합동수사단 부부장·오른쪽 끝)가 2014년 2월 5일 증권범죄 합동수사단 현판식에 참여한 모습. 왼쪽부터 구자익 전 남부지검 사무국장, 조재연 전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장, 이영렬 전 남부지검장, 이상호 전 남부지검 차장검사, 김관정 전 남부지검 형사5부장 ⓒ연합뉴스

수사 신뢰성 잃은 검찰, 통합수사팀 꾸려 

검찰은 이번 쌍방울 수사 기밀 유출로 수사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는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쌍방울그룹 관련 수사기밀 유출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아울러 검찰은 현재 해외로 출국한 김성태 전 회장을 강제 귀국시키기 위해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하기로 했다.

여론을 의식한 검찰은 쌍방울그룹 횡령 혐의(수원지검 형사 6부)와 이재명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수원지검 공공수사부)을 별건으로 수사하던 수원지검 수사팀을 통합했다. 현직 수사관과 전직 수사관 출신 쌍방울그룹 임원이 수사 기밀 유출 혐의로 구속된 것이 수사팀 편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 내에서 수사 기밀 유출 수사도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단일 수사팀만으로는 수사 동력을 되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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