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 '덕률풍'부터 삐삐·전화번호부까지 통신 역사 한눈에"
통신사료관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건 시대별 전화기다. 가장 오래된 사료는 1800년대 말 황제가 사용하던 전화기 '덕률풍'이다. 덕률풍은 '텔레폰'의 영어발음을 한자식으로 그대로 옮긴 명칭이다. 황제의 전화가 걸려오는 시간에 맞춰 신하가 의관을 정제하고 네번의 큰 절을 올린뒤 전화기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사료관에는 시대별 공중전화도 살펴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공중전화가 처음 설치된 건 지금으로부터 약 120년 전이었다. 당시 이용요금은 50전으로 쌀 다섯가마니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값비쌌다. 1962년 광복 이후 옥외 무인공중전화기가 처음 설치됐으며, 시내외 겸용 공중전화기는 1977년이 돼서야 서비스를 개시했다. 당시 부스마다 시외전화를 걸기 위해 줄을 선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1982년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시내외 겸용 DDD 공중전화가 나오며 공중전화도 보편화됐다. 공중전화 초기에는 동전주입식이 도입됐지만, 거스름돈이 반환되지 않는 데 불만이 높았다. 이에 쓰는 만큼 차감되는 공중전화 카드가 등장했다. 공중전화 카드는 올림픽, 엑스포와 같은 주요 이벤트나 문화재로 꾸며지며 시대를 대표했다.
이동통신의 변천사도 확인할 수 있었다. 1982년 235명에 불과했던 '삐삐' 가입자는 10년만에 145만2000명을 돌파한 이후 1997년 1519만4821명까지 늘어났다. 인구 세 명당 한명은 삐삐를 착용한 셈이다. 삐삐의 대중화는 공중전화의 보급도 앞당겨 1997년 42만3502대까지 설치됐다.
본격적인 이동전화의 시작은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 기술이 상용화되면서다. CDMA는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을 채택한 2세대(2G) 이동통신 기술이다. 음성뿐 아니라 문자라는 디지털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이었다. PCS 상용 서비스가 개시되고 이동통신은 빠르게 확산됐으며 1999년 이동전화 가입자수가 유선전화를 앞질렀다.
이날 KT 통신사료관의 해설을 맡은 이인학 정보통신연구소장은 "KT가 원주에 보관하고 있는 통신사료들은 우리나라 정보통신 흐름에 따른 시대상과 국민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아주 높다"고 짚었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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