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매치' 못지 않게 치열한 '신변매치'
현재 한국 바둑은 신진서 9단(22)과 박정환 9단(29)이 오랜기간 한국 바둑 랭킹 1~2위를 지키며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둘의 대결은 늘 초미의 관심사이며, 늘 백중세의 대국이 펼쳐진다.
신진서와 박정환은 지난해부터 최근 2년간 결승에서만 총 4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삼성화재배를 제외한 3번을 신진서가 이겼다.
그런데 같은 기간 신진서와 결승에서 가장 많이 대결한 기사는 박정환이 아니다. 한국 바둑랭킹 3위 변상일 9단(25)도 최근 2년간 신진서와 결승에서 4차례나 만났고 오는 18일부터 시작하는 GS칼텍스배 결승 5번기 대결까지 더하면 5번으로 박정환을 넘어선다. 5번의 결승 대국 중 지난해 국수산맥배 세계바둑최강전 결승에서는 신진서를 꺾고 자신의 첫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2년간 결승에서 신진서를 꺾어본 기사는 박정환과 변상일이 유이하다.
사실 상대전적에서 변상일은 신진서의 맞수라고 하기는 좀 곤란하다. 지난 15일 열린 제8회 국수산맥배 세계바둑최강전 결승에서 신진서가 승리하며 둘의 상대전적은 25승7패로 신진서가 더 벌렸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정상의 자리에서 가장 많이 신진서와 맞서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변상일은 현역 기사들 가운데에서 바둑 공부를 가장 열심히 하는 기사로 꼽힌다. 대국이 없는 날에도 한국기원을 찾아 바둑 공부에 매진하며 인터넷 대국도 누구보다 열심히 둔다. 한창 때는 하루에 28판의 인터넷 바둑을 둔 적도 있다.
신진서와 박정환에 비해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커리어가 없는 변상일은 지난해부터 이 ‘쌍두마차’ 체제에 조심스럽게 도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열린 44기 명인전이다. 승자조 16강에서 절대무적을 자랑하던 신진서를 꺾고 그를 패자조로 내려보내더니, 승자 결승에서는 박정환마저 제압하고 최종 결승에 선착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패자조를 뚫고 최종 결승에 올라온 신진서에게 1승2패로 패했지만, 제1국을 먼저 가져가는 등 신진서를 괴롭혔다. 신진서와 변상일의 최근 두 번의 번기 대결은 전부 신진서의 승리로 끝났는데, 두 번 모두 최종국까지 가며 신진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변상일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그의 수읽기는 강력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 수읽기를 바탕으로 상당히 전투적인 기풍을 보인다. 인터넷 바둑을 많이 두다보니 속기에도 능하다. 다만, 기세가 좋으면 끊임없이 몰아치며 시원스럽게 승리를 거두지만 한 번 실수를 하면 기세가 끊겨 그대로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신진서와 대국에서도 이런 형국이 많다.
오랜기간 한국 바둑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신진서와 박정환의 ‘신박매치’는 한국 바둑 최고의 흥행카드다. 그리고 흥행카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신진서와 변상일의 ‘신변매치’도 충분히 흥행카드가 될 수 있다. GS칼텍스배의 결과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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