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퇴출' 위해 공공임대 23만호 공급? "'매입임대' 병행 없이는 현실성 낮아"

강은 기자 입력 2022. 8. 16. 16:40 수정 2022. 8. 1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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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침수 피해를 입은 반지하 주택 모습. 지난 8일 집중호우로 이 주택에서 발달장애 가족 3명이 사망했다. /성동훈 기자

서울시가 반지하 주택을 순차적으로 없애기 위해 20년간 재건축으로 공공임대주택 23만호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매입임대 등을 통한 단기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을 통한 지상층 공급 계획은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16일 서울에서 지하·반지하에 거주하는 주민은 2020년 기준 20만849가구에 달한다. 서울시는 20년 이내에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되는 노후 공공임대주택이 258개 단지 약 12만호라는 점을 들어 용적률 상향을 통해 23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공공임대 공급 물량 확대 방침에는 “전향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반지하 거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재건축 연한이 지난 노후 공공임대주택 약 12만호 중에서도 서울시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물량은 서울주택공사(SH공사)가 소유한 3만9000호에 불과하다. 2만3000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소유이며, 분양 및 공공임대 혼합단지도 5만5000호 가량 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재건축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고 (기존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주민을 설득하기도 어렵다”면서 “20년에 걸쳐 공급한다는 것은 사실상 ‘나중에 잘하겠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도시가 과밀화된 상황에서 용적률 상향을 통한 재건축이 능사는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23만호를 확보하려면 기존 공공임대주택보다 용적률을 2.5~3배 올려야 하는데 용적률 500%까지 확대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저층부에서는 햇볕이 들지 않아 주거 환경이 나빠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지자체가 기존의 민간 주택을 매입 후 개보수해 임대하는 ‘매입형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반지하 거주 가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 소장은 “비교적 단기간에 서울에 공공임대 주택을 늘리는 방식은 ‘매입임대’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을 이른 시간 안에 확보하기는 어려우니 반지하 주택 공간의 품질이 개선되도록 지자체가 통제하는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임대 재건축뿐 아니라 다양한 방안을 병행해서 시행할 계획”이라면서 “매입임대 공급량을 확대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연간 5000호 가량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다만 SH공사는 최근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매입임대주택 예산을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지하 주택에서 지상층으로 이사할 경우 최장 2년간 특정 바우처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서울시 발표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예산과 실행 일정 등을 세심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센터장은 “가구원 수가 많은 집, 특히 아동이 있는 집에는 추가 지원이 있어야 한다. 기존 복지제도와 중복이 되더라도 지원에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16일 재해취약주택 해소를 위한 협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두 기관은 공공·민간임대 확대, 재해취약주택 해소를 위한 정비사업, 주거상향 이동 지원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연말까지 함께 내놓기로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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