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쓰고, 수거하고, 다시 쓰고..삼성·LG '플라스틱과의 전쟁'

이재덕 기자 2022. 8. 1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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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Z플립4의 측면 버튼에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지지대(사이드키 브래킷)가 사용됐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 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직접 제품을 수거해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기도 하고, 포장재에 쓰이던 플라스틱을 다른 소재로 대체하기도 한다. 플라스틱에 대한 국제 규범이 늘면서 업체들이 경영 리스크 최소화 차원에서 플라스틱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출시한 갤럭시Z플립4와 갤럭시Z폴드4에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부품이 들어갔다. 인도양 연안에서 수거한 폐어망을 녹여 만든 ‘플라스틱 지지대(사이드키 브래킷)’가 옆면 버튼 내부에 사용됐다. 같은 날 출시된 무선 이어폰 ‘버즈2프로’ 제품에는 충전케이스 내부 부품으로 재활용 플라스틱이 활용됐다. 재활용 부품의 무게가 전체 기기의 90%를 차지할 정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수와 자외선에 오랫동안 노출된 폐어망은 훼손이 심해 직접 재활용하기 어렵다”며 “국내외 전문 기업들과 협업해 폐어망을 고품질의 소재로 재활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내구성 등 재활용 플라스틱의 성질이 기존 플라스틱과 차이가 있다 보니 ‘사이드키 브래킷’ 같은 일부 부품에만 적용됐다.

올해부터는 삼성전자가 출시한 TV, 모니터, 리모컨 전 모델에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가 쓰인다. 또 지난해 6월부터는 TV 일부 모델에 한해 제품 포장재에 재생 EPS(스티로폼)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페트병(PET)을 녹여 ‘원사’로 만든 뒤 방진복을 제작해 반도체 공장에서 쓴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발행한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가 1년에 사용하는 재활용 플라스틱은 3만1000~3만3000t 정도다. 올해에는 해당 제품군이 늘어나면서 사용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냉장고, 에어컨, TV, 모니터, 사운드바 등 일부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LG전자는 그동안 LCD(액정표시장치) TV 일부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 부품을 사용했지만, 올해부터는 최고급 TV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까지 확대 적용했다. 경남 함안에서는 직접 리사이클링(재활용) 센터를 운영하며 폐가전에서 플라스틱 등을 분리해 재활용 플라스틱 원재료도 만든다. LG전자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총 60만 톤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지난해 사용한 재활용 플라스틱 양은 2만7000t 수준이다.

이들 기업이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확대하는 건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데다 플라스틱 관련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월 케냐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는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주기를 관리하는 내용의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7월부터 일부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을 금지하고 포장재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중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규제가 강화된다면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전자업계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업체들이 제품 설계·기획·소재 개발 등의 단계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플라스틱을 도입하는 등 선제적으로 규제 리스크에 대응해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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