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준위, 당헌 80조 개정안 의결.."창피하다" "성직자 뽑나" 친명·비명 정면충돌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탁지영 기자 2022. 8. 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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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16일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를 손보기로 했다. 당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과 ‘1가구 1주택’ 원칙도 삭제하기로 했다.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헌 80조 개정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당내에선 당대표 유력 후보인 이재명 의원을 위한 강령·당헌 개정이라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당 사무총장이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당헌 80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전준위는 직무 정지 기준을 ‘기소’에서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로 수정했다. 1심에서 금고 이상 형을 받아도 부당한 정치탄압이라고 판단하면 최고위원회나 비상대책위원회가 직무 정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2심이나 최종심에서 무죄가 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오지 않았을 때는 직무 정지 효력을 상실하도록 했다.

전준위는 경제 분야 강령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을 삭제하고 ‘포용성장’으로 대체했다. 또 “실수요자 중심의 ‘1가구 1주택’ 원칙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보장한다”는 문구에서 ‘1가구 1주택 원칙’을 삭제하고 ‘실거주·실수요자’라는 표현으로 바꿨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성장담론과 부동산 정책기조를 삭제한 것이다. 특히 1가구 1주택 원칙 삭제는 지난 대선 기간 민주당이 약속한 다주택자 규제 완화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헌·강령 개정안은 비대위와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8·28 전당대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헌 80조 개정을 두고 충돌했다.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의원을 위한 방탄 개정’이라고 반발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용진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당헌 80조 개정 논의가 괜한 정치적 자충수가 되고 당의 도덕적 기준에 대한 논란을 가져온다”고 우려했다. 친문재인계 전해철 의원은 “특정인을 위한 개정이 될 수 있다”면서 당이 충분한 논의 없이 개정을 서두른 데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응천 의원은 “(당헌 80조 개정이) 창피하다”고 말했다. 친이낙연계 설훈 의원도 “당헌 80조 고치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대위는 전준위의 졸속 의결을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이재명계 양이원영 의원은 “우리가 성직자를 뽑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너무 도덕주의 정치하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임종성 의원은 의총 직후 취재진과 만나 “실제 범죄가 없는데도 프레임에 의해 기소됐다면 억울하지 않나”라며 “나중에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일단 내려놓으면 끝나기에 그런 부분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검찰의 정당탄압, 정치 공세에 대한 여지를 놔둬서는 안 된다”며 개정에 찬성했다.

몇몇 의원들은 의총에서 강령 개정도 우려했다. 한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을 정책적 실패로 인정한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은 “(1가구 1주택 원칙 삭제는)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당 지도부는 특정인을 위한 개정이 아니라고 밝혔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당헌 80조 개정이) 이재명 지키기라고 하는데, 기소될 가능성이 있는 친문재인계 성향 의원들이 더 많다”고 반박했다. 소득주도성장 삭제를 두고는 “문재인 정부도 출범 2년이 지난 다음에 소득주도성장을 얘기하지 않는데, 그걸 ‘문재인 지우기’라고 하는 건 과도한 비판”이라고 말했다. 안규백 전준위원장도 YTN 라디오에서 “(당헌 80조 개정은) 오비이락”이라며 “의원 설문 조사에서 소득주도성장 개정 필요성에 대해 93.2%의 동의를 받았고, 1가구 1주택 (삭제)에 대해서도 과반 찬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은 의원총회를 마무리하면서 “비대위에서 심도 깊게 논의하겠다”면서 “전준위가 (당헌 80조 개정에 대해) 의원총회 의견을 수렴해서 하는 게 좋지 않았나 아쉽다”고 말했다고 이수진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3선 의원들은 이날 의총 직후 국회에서 당헌 80조 개정 관련 긴급 간담회를 열어 “지금 당헌 80조 개정 논의가 이뤄진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비대위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원욱 의원은 3선 간담회 직후 당헌 80조 개정 논의를 “과전불납리(참외밭에서 신을 고쳐 신으면 도둑질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음)”에 비유했다. 초선과 재선 의원들도 당헌 80조 관련 의견을 모아 비대위에 전달하기로 했다.

시민사회는 ‘1가구 1주택’ 삭제를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후퇴로 규정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논평에서 “똘똘한 여러 채를 향한 투기 광풍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보수 여당과 비슷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면서는 윤석열 정부의 집부자 감세 정책을 결코 견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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