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니아의 바캉스 무비

서울문화사 2022. 8. 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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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이글 타오르는 계절. 바깥은 여름이다. 이런 계절엔 최대한 실내에 머물자. 알아주는 영화광들이 추천하는 여름을 위한 영화와 함께.


이다혜 영화 전문 주간지 <씨네21> 편집팀장

계절의 분위기가 깊어지면 계절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영화를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된다. 그 계절의 풍경이 잘 담긴 영화 장면들은 마치 추억을 담은 그림이나 사진처럼 마음에 남는다. 무더위가 싫다가도 여름만 가진 에너지가 있다는 걸 어김없이 느끼게 해주는 영화를 보면, 역시나 여름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드소마> 아리 에스터 감독, 2019 낮이 가장 긴 날 열리는 하지 축제가 한창인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 밤과 어둠이라는 기존 공포영화의 필수 요소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데도 내내 기괴한 기운이 감돈다. 여름의 한복판에서 경험하는 공포. 뙤약볕 아래에 모든 게 훤히 드러나 있음에도 두려움은 가시지 않는다.

<8월의 크리스마스> 허진호 감독, 1998 작은 동네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정원(한석규 분). 시한부 판정을 받고 천천히 죽음을 준비하던 그가 우연히 다림(심은하 분)을 만나게 되며 무미건조했던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스쳐가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빛나는 영화. 잠든 심은하 쪽으로 선풍기 머리를 살며시 돌려주는 장면은 지금 봐도 명장면.

<기쿠지로의 여름> 기타노 다케시 감독, 1999 여름방학을 보내는 한 어린이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여름이라는 계절만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즐겁게 받아들이게 된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두 주인공이 바닷가에서 함께하는 장면. 어린아이, 그리고 아이와 다를 바 없는 성인 남자가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시간을 보내는 풍경이 불안불안하면서도 우습다.

김신식 감정사회학자, 작가

계절이 바뀔 때면 떠오르는 영화가 몇 편쯤 있다. 청년 시절엔 사시사철에 따른 계절감에 그리 반응하지 않아서 계절마다 떠오르는 영화를 딱히 챙겨보진 않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계절을 요란하지 않게 기념해보는 경험을 소중히 여기게 됐다. 그 경험엔 특정한 계절감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를 보는 일도 포함된다.

<어거스트 버진>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 2019 여름은 내 자신이 되기 완벽한 계절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에바가 모두가 도시를 떠나고 타지의 관광객이 모여드는 성모승천대축일 기념 축제 기간에 도시에 남아 나를 향한 탐문을 이어간다. 휴대폰으로 내리쬐는 여름 햇살을 반사시켜 벽에 비추고 그 빛을 보며 가만히 사색에 잠기는 장면이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하나레이 베이>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 2018 하와이 하나레이 해변에서 자식을 사고로 잃은 여성이 매년 그곳으로 휴가를 오면서 겪는 이야기. 영화 속 푸르른 색감이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슬픔을 돌아보는 여름을 보내고 싶은 분들께 권하고 싶다. 휴양지에 가면 남모를 사연을 안고 온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일일시호일> 오모리 타츠시 감독, 2018  왜 나만 일이 안 풀릴까, 내 인생은 언제쯤 만개할까, 속상한 마음을 달래는 여름을 보내고픈 분들에게 추천하는 영화. 주인공이 다도(茶道)를 익히는 과정에 스민 계절감이 인상 깊은 작품이다. 키키 키린이 쿠로키 하루에게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는 풍년화를 소개하며 슬며시 희망을 전하는 장면은 캡처해두고 종종 꺼내어 보곤 한다.

민용준 영화 저널리스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여름은 무더운 계절이다. 뜨겁고 습해서 견디기 힘든 여름에는 터져 나오는 감정을 억누르는 마음을 떠올리게 된다. 여름엔 달아오른 감정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사랑의 장면을 마주하고 싶어 진다. 가시지 않는 열대야처럼 감정의 여운이 좀처럼 흩어지지 않는 멜로 영화를 보고 싶다.

<화양연화> 왕가위 감독, 2000 늦여름에 찾아온 열대야 같은 러브스토리. 뜨거운 언어로 발화되지 않아도 서서히 드러나 되레 치명적인 진심. 애저녁에 사라진 왕조처럼 과거의 것이 됐다고 믿었던 격정의 계절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 그 마음의 열기로부터 피어올라 끝내 애틋한 밀어가 되는 ‘화양연화’의 시간을 감상해보시길.

<원스> 존 카니 감독, 2006 탁월한 음악영화이자 멜로 영화 <원스>는 모든 사연의 시작이 운명적인 찰나였음을 깨닫게 만든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나 운명적인 예감을 꿈꾸지만 끝내 서로를 추억으로 떠내려 보내는 남녀의 사정. 옛 노래처럼 잊힌 지난날의 어떤 운명들을 함께 돌아보는애틋한 여름을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호우시절> 허진호 감독, 2009 의외의 장소에서 우연히 재회한 옛 연인이 다시 로맨스에 빠져든다. 엇갈림과 그리움을 매개로 운명적 러브스토리를 연출하고 앙금처럼 내려앉은 추억 속 감정을 현재로 소환한다. 현실적 가능성을 담보로 낭만의 존속 가능성을 아련하면서도 첨예하게 그린, 여름 끝자락 같은 멜로를 원한다면.

에디터 : 편집부  |   일러스트레이터 : 박다솜(@s0m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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