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집행유예 기간에 또 '절도'..대법 "가중처벌은 안 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재심 판결을 새로 받은 상습절도범이 이 재심 때문에 받을 뻔했던 가중처벌을 면하게 됐다. 대법원은 재심 대상이었던 과거 절도 사건은 이미 처벌이 끝났기 때문에 누범 횟수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절도 전과가 있는 A씨는 2020년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승용차에 보관된 현금과 가방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전에도 절도죄로 두번의 징역형(2010년·2016년)과 한번의 징역형 집행유예(2017년)를 선고받았는데,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동종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였다. 특가법 5조는 ‘세 차례’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같은 죄를 범할 경우 누범으로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징역형 집행유예도 유예 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징역형 전과’로 간주된다. 유예기간이 지나면 형의 효과가 사라진 것으로 간주돼 ‘징역형 전과’에 포함되지 않는다.
문제는 2017년 집행유예 판결이 재심이었다는 점이다. A씨는 1997년 특가법상 상습절도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유예 기간 3년을 무사히 보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2015년 상습절도범을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특가법 조항(장발장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고, 이는 1997년 A씨에게 적용된 조항이었다. A씨는 2017년 재심에서 특가법 적용을 받지 않는 상습절도죄로 혐의가 변경됐고 과거와 똑같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이 재심 집행유예 기간에 절도를 저질렀다가, 1, 2심에서 ‘3회 징역형 전과’로 가중처벌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1997년 판결이 확정된 후 형 선고 효력이 이미 소멸했기 때문에 재심에서 다시 징역형이 선고됐더라도 특가법 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재심의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지 않아 외형상으로는 ‘징역형 전과’로 간주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원심의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 형의 효과가 사라졌으니 ‘징역형 전과’로 봐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렇게 보지 않을 경우 헌법에 위반된 형벌 규정으로 처벌받은 피고인의 재심청구권 행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검사의 청구로 재심 절차가 개시된 피고인에게 예상치 못한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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