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취수원 다변화 협약 파기"..구미 해평취수장 대신 안동댐에서 취수 추진

백경열 기자 2022. 8. 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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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헌 대구시 정책총괄단장이 16일 대구시 동인동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구 취수원 다변화 사업과 관련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시가 경북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물을 끌어오는 기존 취수원 다변화 사업 절차를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대구시는 안동댐 물을 대구 취수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종헌 대구시 정책총괄단장은 16일 브리핑에서 “구미시와 취수원 다변화 협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최근 김장호 구미시장의 발언을 두고 기존 합의사항이 파기된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날 구미시에 공문을 보내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오·폐수 대응을 강화하고, 구미 제5공단 무방류 시스템 도입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구시 전체 식수의 70%를 낙동강 지표수에 의존하는 만큼 수질오염 방지를 위해 구미시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홍준표 대구시장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새로 당선된 구미시장이 대구시가 지난 30여년간 구미공단 폐수 피해를 입고도 인내하면서 맺은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기 때문에 대구가 수원지를 옮긴 것”이라며 “더 이상 물 문제로 구미시장과 협의할 것도 논의할 것도 없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또 “낙동강에 인접해 진행 중인 구미 제5공단에는 화학공장, 유독물질 배출 공장의 입점을 금지하겠다”며 “철저하게 무방류 시스템으로 공해방지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공장 가동을 못하게 하겠다”고도 했다.

최근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구미시 입장을 연일 강도높게 비판해 왔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취임 이후 기존 취수원 관련 협약이 지역 발전과 이익이 되는 내용이 별로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시장은 이날 “지난 4월 체결한 협정은 구미시민과 시의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서 “당시 협정을 맺은 주체 당사자가 대부분 바뀌어 실질적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언급했다.

김 시장이 언급한 지난 4월 협정은 국무조정실·환경부·대구시·경북도·구미시 등이 당시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평균 30만t을 추가 취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맑은 물 나눔과 상생 발전에 관한 협정’을 말한다.

당시에는 대구시가 하루에 필요한 물의 절반 정도를 해평취수장에서 공급받는 대신 구미 시민을 위한 예산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 관계기관들이 합의했다. 올해 6월에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관로(45.2㎞) 건설이 정부 사업으로 확정되기도 했다.

결국 대구시는 이 협정을 파기하는 대신 안동댐 물을 대구 취수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권기창 안동시장은 지난 11일 대구에서 만나 낙동강 상류 댐의 물을 대구시가 이용하는데 원칙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대구시는 안동시와 실무추진단을 구성하고, 한국수자원공사 및 정부와도 정책 협의를 벌이기로 했다. 안동시와는 앞으로 협력사업을 벌이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산업단지 조성 시 혜택을 준다는게 대구시의 구상이다.

홍 시장은 약 1조4000억원을 들여 관로를 설치해 안동댐·임하댐 물을 대구의 취수원으로 사용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댐물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가 70%, 국가가 30%의 예산을 들여 관로를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이 경우 대구시는 1급수인 안동댐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동댐과 임하댐에서 하루 100만t의 추가 취수가 가능하다는게 대구시의 판단이다. 대구시는 정수하지 않은 댐의 물을 그대로 받는 데에도 안동시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에서 공식적으로 (기존 협정을 파기하고 싶다는)요청이 온 게 없다”며 “향후 해당 지자체들과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의 새 방안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과 안동환경운동연합은 영풍 석포제련소로부터 장기간 중금속이 축적된 안동댐은 상수원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안동댐 물은 통상 1급수로 측정되지만 아래 퇴적층의 토사를 채취해 조사하면 중금속 오염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환경부가 지난 5월 발표한 ‘낙동강 상류 수질·퇴적물 측정 결과’에서 안동댐 퇴적층 3곳의 카드뮴 농도는 ‘나쁨~매우 나쁨’ 등급으로 확인됐다.

이종헌 대구시 정책총괄단장은 “안동댐의 바닥에서 뜬 물에서는 카드뮴 등의 농도가 높다는 분석 결과가 있지만 지표수는 오염돼 있지 않다”면서 “환경부에서도 정기적으로 수질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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