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친환경 자동차 경주와 정보기술 생태계

김현민 2022. 8. 1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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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국제 전기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렸다. 기존 자동차 경기가 소음공해와 온실가스 문제로 비판적이었지만 전기차로만 운영, 친환경적인 개념을 적용한 대회다. 약 45분 동안 매 경기가 진행된다. 이때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 한계치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면서 경쟁 차량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코치와 함께 실시간 통신을 하며 추월 전략을 구사했다.

친환경적인 대회로 운영하기 위해 개최자인 국제자동차연맹은 각종 소모품에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채택하고, 경기 운영 방식도 성과 지속성과 경기 역동성에 주안점을 뒀다. 팬 투표 결과를 반영해 추가 배터리를 지원할 수 있는 참여형 경기였다. 이런 이유로 ESG를 지향하는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했다. 주로 20~30대의 젊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ESG와 친환경을 향한 발전은 사회의 격을 대변한다. 미래세대의 눈에 비치는 기존 산업 구조는 유한한 자원을 소모하며 다음 세대의 번영을 고려하지 않고 한 푼도 나눌 생각이 없는 이기적인 기성세대의 아집으로 보일 수 있다. 세대 분리와 갈등 속에서 열리게 된 새로운 자동차 이벤트는 조금 속도가 느리지만 소음이 없고 공해도 없어 격조 높은 수준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미래세대는 드라이버와 코치가 경주 데이터를 교류하고 경기 상황과 경쟁자 위치를 분석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배터리 잔량을 계산해 최적의 레이싱을 펼치는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전략적 의사결정 게임에 함께 참여하고 투표함으로써 추가 배터리를 제공한다. 한마디로 직접 참여하면서 자신이 경기 내에서 역할이 부여되고 참여 결과가 반영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방관자가 아니라 오롯이 한 팀이 된다.

인터넷, 네트워크,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영상인식 및 가용성 확보를 위한 보안기술 등이 종합적으로 접목돼 있다. 또 세계적인 정보기술 기업이 참여, 이를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온라인에서 참여하는 팬들은 레이싱 콘텐츠를 기술과 데이터 플랫폼 위에서 마음껏 공유하고 소통하는 등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 경험은 뇌리에 각인돼 점차 문화로 형성되고 팬덤으로써 지속성을 띤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인터넷 등장이 인류의 손안에 정보기술을 가져다 주었다면 지난 20여년은 기존 산업에 정보기술이 참여해서 구조를 바꾸고 플랫폼화돼 가는 여정이었다. 정보기술을 적용해 온 시기를 지나 미래세대와의 공존을 위한 구체적 자원 배분에 대해 사회구성원의 철학적 고민이 투영된 가치 지향적인 혜안이 곳곳에 필요하다. 자동차 경주를 통해 ESG와 정보기술 리더십을 보여 줄 수 있듯이 사회 곳곳에 미래세대에 병목이 된 산업군이 ESG와 친환경을 기치로 정보기술을 통한 변화 및 혁신의 여정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첫걸음은 ESG 개념을 적용한 정보기술 리더십과 데이터 생태계 조성이다.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 흐름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 개념의 데이터 보호 체계에 대해 근본부터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데이터 흐름은 온전히 새롭게 독점적으로 구축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존 데이터를 보유한 공공기관 규제에 조정이 필요하며, 임시방편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유예를 받아야 정보기술과 데이터 서비스가 온전히 시민에게 체감될 수 있다.

방향이 문제다. 기술 투자와 데이터 생태계는 우리가 보유한 자원이 지속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기성세대에게 독점적이지 않으며 미래세대에게 공유 가능한 구조에 있는가? 고민이 전제돼 있지 않은 투자는 기존 생태계에 뒷다리를 잡혀서 또다시 기성 구조를 공고히 하고 말 것이다. 오히려 변화를 막는 걸림돌로 전락할 수 있다. 팬데믹을 뒤로 하고 경제적 고난의 길에서 재정비가 필요한 지금 이순간에 철학 있는 방향 설정이 절실하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kevin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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