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기, 권민우, 장욱·조영..배역 이름에 숨은 알쏭달쏭한 비밀

양승준 2022. 8. 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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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늘의 웹툰'에 출연 중인 하도권은 요즘 누리꾼 사이에서 '두기'로 불린다.

작가는 배역 이름에 이야기의 비밀을 숨겨두기도 한다.

내년 방송될 시즌2에선 두 인물이 어떤 관계를 이어갈지를 두고 온라인에서 온갖 '궁예글'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 비밀을 두 배역 이름에 심어 둔 것이다.

추자현은 송지나 작가의 드라마 '카이스트'(1999)에서 공대생 추자현을 연기한 뒤 이 캐릭터에 푹 빠져 그 이후 활동명을 그 배역 이름으로 아예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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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권, 세 작품 연속  같은 이름으로 출연
"작가들이 '두기' 란 이름으로 대본 계속 줘"
권모술수 권민우, '권력에 민감한 친구'란 뜻
드라마 '스토브리그'(왼쪽부터) '펜트하우스'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속 두기의 모습. 하도권은 세 드라마에 연속으로 배역 이름이 같은 역을 연기했다. SBS·티빙 방송 캡처

드라마 '오늘의 웹툰'에 출연 중인 하도권은 요즘 누리꾼 사이에서 '두기'로 불린다. '스토브리그'(2019)에서 투수 '강두기' 역할을 맡았던 그는 이후 '펜트하우스' 시리즈(2020~2021)에서 청아예고 음악 선생님 '마두기'로, '마녀식당으로 오세요'(2021)에선 대표 오두기 역으로 나왔다. 성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이름의 배역을 잇달아 맡은 것이다. 하도권 측도 신기해하는 분위기다. 소속사 고위 관계자는 "'스토브리그' 후 작가들이 두기란 이름의 대본을 계속 주더라"며 웃었다. 하도권은 시청률 20%에 육박한 '스토브리그'에서 우직하고 공정을 중시하는 야구 선수로 나왔다. 그때 워낙 깊은 인상을 준 덕분일까. 작가들이 서로 다른 작품에서 하도권을 매개로 '두기 유니버스'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드라마 '환혼' 속 장욱(이재욱)과 무덕이(정소민). 환혼술로 무덕이의 몸엔 살수인 낙수의 영혼이 들어가 있다. tvN 제공

작가는 배역 이름에 이야기의 비밀을 숨겨두기도 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뒤를 이어 요즘 안방극장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환혼'의 두 주인공인 장욱(이재욱)과 낙수(고윤정)의 이름을 들여다보면 끝을 알 수 없는 둘 관계의 실마리가 보인다.

'환혼' 관계자에 따르면, 홍정은·홍미란 작가는 장욱의 이름에 빛날 욱(煜)자를 넣었고, 그림자 영(景)자의 의미를 담아 낙수의 본명인 조영의 이름을 지었다. 방송에 이들 이름의 한자 뜻까지 나오지는 않지만 빛과 그림자의 관계, 즉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같은 인연이란 복선을 깔아둔 것이다. 한국형 무협 판타지를 표방하는 '환혼'의 시즌1에서 장욱과 낙수는 사제간으로 만난다. 내년 방송될 시즌2에선 두 인물이 어떤 관계를 이어갈지를 두고 온라인에서 온갖 '궁예글'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 비밀을 두 배역 이름에 심어 둔 것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서 권민우(주종혁·오른쪽)는 기계적 공정에 집착하는 우영우(박은빈)의 라이벌 변호사다. ENA 제공

배역 이름이 인물의 성격이나 작품 속 역할을 대변하는 경우도 많다. '권력에 민감한 친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는 이런 뜻의 줄임말로 권민우(주종혁)란 캐릭터의 이름을 지었다. 생존을 위해 아등바등하며 살아있는 권력을 부나방처럼 좇는 그의 특징을 부각하기 위해 '권력에 민감한' 이란 키워드를 이름에 활용했다고 한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형사 해준의 이름은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박해일의 이름에서 따왔다. CJ ENM 제공

최동훈 감독은 영화 '도둑들'(2012)에서 범죄가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예~'하고 달려간다는 의미를 담아 전지현이 맡은 캐릭터 이름을 '예니콜'로 지었다. 'n차 관람'으로 입소문을 탄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형사 해준은 그 역을 맡은 박해일의 '반쪽'이다. 박찬욱 감독은 "정서경 작가와 주인공의 분위기를 이야기하면서 '예를 들어 박해일처럼'이란 식으로 이야기를 짰다"며 "배역의 이름도 박해일의 이름을 따서 해준이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김은희(왼쪽) 작가와 김은숙 작가는 동갑내기 '절친'이다. 사진은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연 강연 행사에 참석한 모습.

이렇게 나온 작품 속 배역의 이름은 배우의 인생을 180도 바꾸기도 한다. 추자현은 송지나 작가의 드라마 '카이스트'(1999)에서 공대생 추자현을 연기한 뒤 이 캐릭터에 푹 빠져 그 이후 활동명을 그 배역 이름으로 아예 바꿨다.

작품 속 캐릭터 이름엔 '연예계 인맥'도 흐른다. 김은숙 작가는 '신사의 품격'(2012)에서 장동건의 첫사랑 역 이름으로 김은희를, 김은희 작가는 '유령'(2012)에서 의문의 살인을 당한 피해자 아내의 이름을 김은숙으로 지었다. 동갑내기로 둘도 없는 '절친'인 두 작가가 같은 해 방송된 드라마에서 서로의 이름을 사용해 우정을 나눈 사례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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